'볼드모트’가 된 태블릿...최서원 옥중회고록 기자회견
이경재 변호사, 태블릿 조작보도 문제 강조했으나 기자들은 태블릿 내용만 쏙 빼고 보도
태블릿의 진실은 9부 능선을 넘었지만, 기자들은 여전히 태블릿PC 자체를 언급하기 꺼리고 있다.
최서원 씨의 법률대리인 이경재 변호사가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동북아 사무실에서 최 씨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변호사는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선고의 문제점과 태블릿 수사의 문제점 등에 대해 두루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이 변호사 발언 대부분을 기사에 실었는데, 유독 태블릿과 관련된 내용 만큼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날 이 변호사는 태블릿 문제 설명에 전체 기자회견 시간의 5분의 1 가량을 할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뇌물죄?...정적 타도 위해 법리 악용
이 변호사는 먼저 박영수 특별검사와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법률 돌격대’”라며 “그걸(특검의 수사 기록) 받은 김명수 대법원의 판결도 한시적인 성격의 사법판단으로 영속성을 가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검사와 판사, 대법원, 기자들까지 모두 인정한다”며 “최 씨가 받았으니까 박 전 대통령이 받았다는 것인데 그 논리는 비약이 크다”고 박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최 씨가) 묵시적으로 공모했다는 법리가 동원됐는데 묵시적으로 어떻게 공모를 할 수가 있나”라며 “정적을 타도하기 위한 법리로 악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식의 법리가 유지된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한 뒤에 이 법리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울산시장 선거 때도 (문재인이) 청와대에서 비서관들을 자주 만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 변호사는 특검이 태블릿PC 실소유자를 판단하기 위해 최 씨를 소환 했을 당시의 절차적 문제점도 짚었다. 그는 “(박 대통령) 판결에서는 태블릿PC가 누구의 소유인지는 선언되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블릿PC 수사는 그 시작부터 잘못됐다”며 “(검찰) 수사관이 태블릿PC를 끝까지 최서원 씨에게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수사관이 절차적 규정을 어겨 분란의 씨앗을 만든 것”이라며 “최서원 씨는 법정에 들어가서야 태블릿PC를 처음 봤다”고 꼬집었다.
▲ 기자 간담회를 진행 중인 이경재 변호사와 취재 중인 기자들. 사진=본지
기자들의 금기, 두려움이 된 태블릿
이날 간담회에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참여했다. 법조출입기자단은 혼잡을 우려해 ‘풀 기자(대표로 취재를 한 뒤 내용을 기자단과 공유)’를 선발해 파견했음에도 현장 열기는 뜨거워다. 간담회 개최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 기자들이 제비뽑기를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만큼 간담회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본지가 현재까지 확인한 결과, 네이버뉴스에서 어제 간담회에 대한 기사를 검색 했을 때 총 28건의 기사가 나왔다. 그나마도 ‘포토기사’는 제외한 수치다. 28건의 기사는 이 변호사의 ‘박영수 특별검사에 대한 비판’,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 ‘박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한 무죄 주장’ 등을 다뤘으며 그 내용도 대동소이했다. 태블릿에 관한 이 변호사의 발언을 소개한 언론은 없었다.
▲ 변 고문측이 밝혀낸 태블릿 계약서 위조정황. 하나의 동일한 계약서에 전혀 다른 두개의 사인이 등장한다. 사진=본지
언론은 지난 3월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과 태블릿진상규명단이 법원 사실조회를 통해 태블릿의 실사용자가 김한수 전 청와대 선임 행정관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을 때도 그랬다. 이후 SKT 신규계약서에 기재된 자동이체 정보가 거짓이라는 점, 계약서에 김한수 사인이 필적이 다르다는 점 등이 추가로 밝혀졌지만, 기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관련 기사: [SKT 태블릿 계약서 위조정황] 김한수의 사인이 두 개 ‘수상한 계약서’)
보도 하는 곳은 대표적인 친여매체들인 미디어오늘과 JTBC, 친문세력이 장악한 MBC 정도다. JTBC는 새롭게 밝혀진 태블릿 조작 증거에 대해선 모른채하며 ‘태블릿 조작설은 가짜뉴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을 뿐이다.
그 외 대부분의 기자들과 언론은 태블릿PC 조작에 대한 진실이 가까워 올 수록 오히려 태블릿에 관한 언급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태블릿 재판’ 항소심(2018노4088)이 오는 1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 4-2부에서 열린다. 지난해 12월 공판 이후 6개월 여 만이다. 이날 변호인 측은 검찰 송지안 수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송 수사관은 2016년 10월 25일자 검찰 포렌식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제2부 디지털포렌식센터(DFC) 수사관이었다. 변호인단은 김인성 전 한양대교수를 비롯한 여러 포렌식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증인신문을 준비하고 있다.
볼드모트’가 된 태블릿...최서원 옥중회고록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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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트리거 된 '태블릿PC' 증거 인멸·조작 범죄 저지른 검찰을 규탄한다"
- 박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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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JTBC의 최서원 태블릿PC 보도 관련 '거짓 보도' 주장해
1심에서 징역 2년형 선고 받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
"태블릿PC 주인은 최 씨가 아니라 前 청와대 행정관 김한수"
변 고문에 대한 항소심 제8차 공판 전 '태블릿PC 증거조작' 검찰 규탄 기자회견
지난 2016년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 사건에 있어서 일종의 ‘트리거’ 역할을 한 태블릿PC와 관련해 해당 태블릿PC가 소위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것이 아니라 김한수 전(前) 청와대 행정관의 것이며 검찰에 의해 해당 태블릿PC에 대한 증거 조작이 이뤄졌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가 옥살이를 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 등에 대한 항소심 제8차 공판이 5일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공판에 앞서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변희재 고문 측 기자회견이 진행되기도 했다.
5일 오후 2시 30분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 등 미디어워치 관계자들은 JTBC 태블릿PC 보도 관련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제8차 공판을 앞두고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변희재 고문은 “(선거를 통해) 국민이 선택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검찰이 징역 30년형을 구형하게 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 JTBC 태블릿PC와 관련해 부실 수사와 증거 인멸 및 은닉 등 검찰에 의한 총체적 범죄 행위 단서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박근혜 탄핵의 최대 수혜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항소심 공판 진행 과정과 관련해 변 고문은 “최근 증인으로 출석한 송지안 검찰 수사관은 지난 2016년 JTBC로부터 태블릿PC를 넘겨받고 포렌식 분석을 한 뒤 그 증거물인 이미징(사본) 파일을 당시 검사의 지시를 받고 ‘디지털수사 통합 업무관리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토했다”며 “공판 검사 김민정(연수원 39기)의 동의를 받아 법원으로부터 태블릿PC 파일의 열람·등사 명령을 이끌어냈지만, 사건을 담당한 홍성준(연수원 34기) 검사와 장욱환(연수원 37기) 검사가 서로에게 일처리를 미루며 ‘48시간 내 명령 이행’ 규정을 무시하고 50여일을 끌어오다가 최근 장욱환 검사가 태블릿PC 이미징 파일 5개 파티션 가운데 4개 파티션이 사라지고 없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 고문은 “태블릿PC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모든 시민 사회 세력과 연대해 검찰을 압수수색하고 검찰에 의한 증거 조작 및 인멸 행위를 밝혀내겠다”고 덧붙였다.
변희재 고문은 JTBC가 변 고문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당시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2년형을 선고 받고 1년 간 복역한 후 보석(保釋)으로 석방됐다. JTBC 측 주장은 태블릿PC가 최서원 씨의 것이라고 한 JTBC의 관련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며 태블릿PC의 실제 소유주는 전(前) 청와대 행정관인 김한수의 것이라는 변희재 고문의 주장이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왼쪽)과 이동환 변호사(오른쪽).
이와 관련해 변희재 고문은 “박근혜 대통령은 공직자이고 최서원은 민간인인데, 최서원이 삼성으로부터 무엇을 받든지 그것은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음에도 태블릿PC를 매개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서원을 ‘경제공동체’로 묶고 두 사람이 서로 공모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검찰은 최서원 씨가 사용했다고 하는 태블릿PC 안에 보관돼 있던 몇몇 문서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간의 공모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라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 고문은 “보통의 사람들은 태블릿PC를 통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문제의 태블릿PC를 통해 공모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그 태블릿PC가 최 씨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지금까지의 탄핵 논리도 모두 무너지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8차 공판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변 고문은 “검사들은 아무 주장도 하지 못했다”며 검찰을 압수수색하게 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 요청을 들어주지 않고 검사들에게 2주 이내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했다며 재판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서 변 고문은 “다음 재판은 1월에 잡혔는데, 이때는 인사이동 철”이라며 “판사가 이 사건에서 손 떼고 싶어하는 것 같다” “판사가 검사들로부터 일일이 동의를 받아서 재판을 진행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변희재 고문 사건의 다음 공판은 2021년 1월24일로 예정됐다.
박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