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월 6일, 특검결과발표 중인 박영수 특검_사진제공 뉴시스 |
“특검의 수사 결과 보고는 특검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국민에 대한 의무입니다.”
3월 6일 오후 2시,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특검 수사결과 보고에서 박영수 특검은 이렇게 입을 열었다. 특검팀은 11월 30일 임명된 뒤 2월 28일 활동을 종료했다. 약 15분간 진행된 브리핑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사 기간의 한계와 수사 대상자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수사는 절반에 미쳤다”고 자평했다. 또 이번 특검은 ‘국가기관이 사적이익을 위해 사용된 국정농단 사태’이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 정경유착’이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검팀 13명 구속, 30명 기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 검사’였던 이들은 이 정경유착으로 인한 뇌물죄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최 씨등과 박근혜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위해 ‘경제 공동체’로 묶여 있음을 입증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특검팀은 뇌물죄 관련 수사를 벌이면서 미르· K스포츠재단의 배경을 파악했다. 두 단체 모두 박 대통령과 최씨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것이라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과 운영 등에 상당한 입김을 행사한 점을 밝혔다.
![]() |
자료제공_뉴시스 |
실제 박 대통령은 대기업 총수들과의 독대를 통해 두 재단 출연을 독려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속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기업 모금과 설립 절차에 관여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박 대통령 입김이 상당히 있었다”며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이익을 공유했다고 볼만한 정황은 공소장에 포함했다”고 했다.
화이트 리스트도 있었다
블랙리스트와 더불어 ‘화이트리스트’의 실체도 확인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에 비우호적인 문화계 인사 약 1만 명의 명단을 적은 문서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말처럼 “이들은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되는 명단”이다. 여기에 친정부적 성향의 단체에 지원을 독려하는 '화이트리스트'도 운영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특검의 조사 결과 박근혜 정부는 특정 단체에 활동비를 지원하라고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요구한 정황이 파악됐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은 전경련 임원들에게 특정단체의 단체명과 지원금 액수를 지정했고, 전경련은 총 68억원을 지원했다.
전경련은 2014년 청와대에서 지정한 22개 단체에 24억원, 2015년에는 31개 단체에 약 35억원, 2016년 22개 단체에 약 9억원을 지원했다. 전경련 임직원들은 특검 조사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특정단체에 대한 활동비 지원을 강요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수사 기간 내에 해당 의혹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했고, 관련 기록 일체를 검찰로 넘긴 상태다.
박대통령 변호인 측, 특검은 태생부터 위헌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6일 수사 결과 발표를 끝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들이 기소한 인원은 30명으로 역대급이다. 만약 무죄 판결이 이어지면 무리한 수사 및 기소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공소 유지 팀을 40명 안팎으로 꾸린 상태다. 양재식·이용복·박충근·이규철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등 8명 파견 검사 등이 팀에 남아 혐의별 재판에 투입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역대급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지만 시간이라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박근혜 대통령 측의 유영하 변호사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태생부터 위헌”이라며 수사결과발표를 비판 했다. 변호인 측은 ‘박영수 특검의 발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의 입장’을 내고 “이번 특별검사 및 특별검사보는 일부 야당의 추천만으로 구성돼 출발선부터 공정성이 담보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정유라’를 언급하거나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을 도우라고 수석에게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를 내린 적도 없고 어떠한 보고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차명폰을 사용했다는 의혹 등도 전면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의가 진행 중이므로, 대통령과 관련하여 검증되지 않았거나 부풀려진 수사결과가 평의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삼성 재판과 블랙리스트 재판의 향방
따라서 앞으로 삼성 이재용 회장 재판과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검팀은 공소 유지 팀을 40명 안팎으로 꾸린 상태다. 양재식·이용복·박충근·이규철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등 8명 파견 검사 등이 팀에 남아 혐의별 재판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 430억대 뇌물 공여 혐의의 주체가 박근혜 대통령인만큼, 박 대통령 혐의가 입증 가능한지 등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재판도 결과가 주목된다. 실제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측은 지난달 28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해도 범죄가 된 사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특검팀은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박 특검은 수사 종료 후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전개될 삼성 관련 재판과 블랙리스트 재판은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갖게 될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