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신기남 하면 떠오르는 친일파 청산 소동

서석천 2014. 7. 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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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4일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 조선DB

수천억원대 자산가 청부살인 의혹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형식 서울시 의원의 기사를 보다 보니 그가 10년간 민주당(새민련) 신기남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기남 의원은 서울 강서갑 현역 의원입니다. 
 
저는 솔직히 이 분이 지난 총선에서 야당의 공천을 또다시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 되었으리라고는 생각 하지 못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그가 현역 국회의원인 것을 알았습니다.
 
신기남 의원은 2004년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친일파 청산’을 앞장서다가 자기의 부친(시게미쓰 구니오로 창씨 개명)이 일본군 헌병 오장(부사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당 의장직에서 사퇴한 경력이 있습니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역사바로세우기’를 내세우며 소위 '친일파 청산'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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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전 열린우리당 의원./조선DB
신기남 의원 사건 몇달 후인 2004년 10월 월간조선은 광복군 제3지대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학규(金學奎) 장군의 증손녀라던 김희선 전 의원의 부친(가네야마 에이이치로 창씨 개명)이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에서 독립군을 잡던 경찰(특무)이라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사실은 월간조선이 중국 유하현 현지 취재결과 밝혀냈습니다.
 
김학규 장군의 후손들은 “김희선 의원이 독립군 가계임을 자처하기 위해 김학규 장군의 아버지를 바꿔버리는, 환부역조(換父易祖·지체가 좋지 않은 사람이 부정한 수단으로 자손이 없는 양반 집을 이어서 자기 아비 할아비를 바꾼다는 뜻)를 했다”고 흥분했습니다.  
 
역사바로세우기를 주장한 노무현 정부에서 1년동안 청와대 홍보수석 비서관을 지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조선 말 전북 고부 군수를 지내면서 온갖 폭정을 자행했던 조병갑(趙秉甲)의 증손녀로 밝혀진 적도 있습니다. 훗날 대한제국 판사가 된 조병갑은 1898년 7월18일 동학교주 최시형 선생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이런 사실 역시 월간조선이 취재로 밝혀냈습니다. 
 
당시 월간조선의 보도에 대해 조기숙씨는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병갑이 마치 모든 죄를 뒤집어 쓴 억울한 역사의 희생양인 것처럼 변호했습니다. 그는 '어떤 역사적 사건은 한 개인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며 '누가 학정(虐政)을 했느냐 하는 것은 역사의 흐름에서 非본질적인 문제에 속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조씨는 조병갑이 백성을 수탈해서 세운 공덕비를 선정(善政)의 근거로 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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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동학농민혁명군 유족들에게 공개 사과하는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조선DB
조씨의 이러한 궤변을 반박하기 위해 제가 직접 월간조선 2006년 11월호에 조병갑에 대한 모든 행적을 취재해서 기사로 내 보낸 적이 있습니다.
 
2006년 10월 월간조선의 조병갑 기사 이후 한동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잠잠하던 조기숙씨는 2007년 2월부터 정치·언론·역사 바로 세우기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는데, 월간조선은 조 교수의 조부이자 조병갑의 둘째 아들이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경성일보와 매일신보에서 기자로 근무한 사실을 추가로 보도했습니다. 조 교수의 조부는 또한 일제 때 친일단체인 ‘대동사’의 비행기 헌납 운동에 참여해 비행기 헌납 모금 운동에 협조했고, 조병갑의 큰아들은 일제 때 면장을 지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신기남 의원과 金삿갓
 
신기남 의원은 아버지가 일본 헌병 오장을 지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항간에는 “거짓말한 것이 나쁘다”, “친일파 자손이 민족정기 외치다니”, “의장직 사퇴하라” 등등 별 이야기가 다 나왔습니다.
 
저는 당시 문제의 본질이 ‘거짓말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아버지가 일본군 헌병이라고 자식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말란 법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에 있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은 ‘거짓말의 문제’나 ‘이중 인격자의 문제’, 혹은 신 의원 자신이 말하는 ‘과장과 오해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었습니다. 이는 바로 ‘패륜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 의원은 부친의 이력이 논란되자 “언젠가는 밝히려 했는데 이제 기회가 됐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는 그가 자기 아버지가 일제시대 때 무엇을 한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자신이 주장한 친일파 청산의 대상에 자신의 아버지가 포함될 수도 있는 상황을 인지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친일파 척결’을 외치는 데 앞장섰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는 2001년 설립한 일제잔재 청산 등을 위한 ‘민족정기를 세우는 의원모임’(회장 김희선)의 창립맴버였습니다. 이 모임은 2002년 '일제하 친일 반민족행위자 1차 명단' 708명을 발표했습니다.
 
만약 당시 신 의원의 말대로 그가 자기 아버지의 일제시대 때 행적을 자세하게 몰랐고, 단순히 일본 헌병에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았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는 더욱 삼가고 조심했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의 부친이 일본 헌병 오장을 지내긴 했지만, 부친의 행적이 매우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부친이 자기 직위를 이용해 독립군을 도왔을 수도 있고, 혹은 독립군 정보원 활동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물론 이런 사실과는 다르게 신 의원 부친에게 잔인한 고문을 당했다는 사람만 줄줄이 나왔지만). 혹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 헌병이 되어 일본에 수동적인 협조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일본의 이익을 위해 동족에게 잔악한 짓을 많이 한 진짜 ‘친일파’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유동적인 상황에서 어떤 철없는 후손이 나와서 “친일파를 척결하자”고 떠들고 다닐 경우, 그 아버지 되는 사람이 정말로 어떤 친일적인 행동을 했느냐보다는 그 사람이 일제시대 때 그저 호구지책으로 맡았던 ‘애꿎은’ 하급 직책 하나만으로 친일파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신 의원은 사건이 불거지자 “(선친의 일본군 복무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은 있었다. 선친이라서 내놓고 말하지 못해 늘 부담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신 의원은 말할 것도 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자신으로 인해 부친이 세인의 조롱거리가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金삿갓은 과거 시험에서 김익순이란 사람이 반란을 일으킨 홍경래에게 항복한 것을 꾸짖는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후일 그 김익순이 자기 할아버지란 사실을 알고 金삿갓은 평생 삿갓을 쓰고 다녔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비록 자신이 모르고 한 짓이라도 조부를 욕되게 해서 일신의 영달을 추구한 패륜을 저질렀으니 하늘을 볼 면목이 없다는 것이 金이 평생 삿갓을 쓴 이유였습니다.
 
코미디가 된 친일파 청산
 
우리는 과거 공산 독재 국가에서 부모·형제가 서로를 감시하게 하고, 자식이 부모를 고발하게 한 것을 공산주의가 저지른 반인륜적 행태의 으뜸 순위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우리의 현행 법은 자기 부모나 시부모, 장인, 장모 등은 원칙적으로 고소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에 앞서 인륜의 문제이고, 인륜은 인간이 스스로 존귀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가장 큰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 의원 부친 사건을 단순히 거짓말이나 민족정기 운운 차원에서 바라본 것이 아니라, 인륜의 문제로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연좌제 국가가 아닙니다. 선대(先代)의 행적 자체를 후손들의 행적과 동일시해서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찬양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선대의 행적이 반역이나 반민족 악질 친일, 매국 등의 행위와 관계가 있을 때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이는 국가의 정체성과 정의의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입니다.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이 매를 드는 나라가 정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2005년과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는 1, 2차 친일파 명단을 발표하면서 신기남과 김희선 의원의 아버지는 제외했습니다.
 
정치권에서 상대당에게 적용하던 친일파의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대지 못하자 친일파 청산 자체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정치투쟁화 되거나 희화화 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한마디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논리인데 이런 기준으로 과거사를 재정립하는 것은 역사바로세우기가 아니라 또다른 분열을 잉태하고 조장하는 행위일 뿐입니다. 
 
오랜만에 신기남 의원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기에 코미디보다 더 코미디 같았던 지난 일을 한번 되짚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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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1일 재력가 송모(67)씨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을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하면서, ‘김형식 게이트(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유력 정치인 연관설’ 등에 관해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고 조선닷컴이 전했다. 당초 송모씨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5억2000만원의 차용증과 송씨를 살해한 팽모(44)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빚을 갚으라’는 압박을 받자 송씨를 청부 살인한 것”이라고 발표했던 경찰이 6월 30일 “인·허가 민원이나 이권 거래의 대가로 송씨로부터 뒷돈을 받은 김 의원이 이를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폭로 압박을 받자 살인을 사주했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히자, 새누리당은 ‘정치인 연관설’과 ‘뇌물 공여설’ 등을 거론했다.

경찰관계자가 “송씨가 근린생활 시설로 지정된 자신의 땅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해달라고 청탁하면서 돈을 건넸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조선닷컴은 “경찰은 김 의원이 서울시 의회 건설분과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으며 체포된 지난 24일까지도 분과위원장 선거 출마를 계획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송씨가 김 의원의 이 같은 배경을 믿고 거액을 건넸으나, 기대와 달리 이를 성사시키지 못하자 두 사람 관계가 틀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받은 돈이 인·허가나 이권 청탁 과정에서 정치권이나 관련 공무원들에게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조선닷컴은 경찰 관계자의 “수사를 통해 밝혀진 5억여원뿐 아니라 다른 뒷돈이 현금 뭉치로 김 의원에게 건네졌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도 전했다.

새누리당 이장우 원내대변인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정치개혁추진위원회 기획위원, 열린우리당 시절 상근부대변인, 대선후보 부대변인, 2011년 10·26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캠프에서 활동했던 김 의원이 청부 살인교사자라는 혐의를 받고 있는 데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조사에 임했다고 한다. 6.4지방선거 때도 경찰서 길 건너편에 버젓이 선거사무소를 차려놓고 선거운동을 했다니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인의 인성을 검증해야 할 새정치연합이 청부 살인자에게 공천을 주는 정당이라면 과연 어느 국민이 새정치연합을 공당이라고 하겠는가”라며 질타했다고 한다.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살해된 송모씨가 토지 개발 인허가 청탁을 위해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인 김 의원에게 자금을 전달했다가 뜻대로 안 되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으로부터 유력 정치인에게 이 돈이 흘러들어 갔다는 설, 인허가 관련 공무원들에게 제공됐다는 설, 5억 2000만원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이 난무하고 있다”며 “만약 이런 설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단순 청부 살인 사건이 아니고 ‘김형식 게이트’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조선닷컴이 전했다. 그는 “5억 2000만원을 포함한 또 다른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 관련 공직자를 포함해 그 배후에 있는 유력 정치인에게 금품이 제공됐는지 사법당국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브리핑했다고 한다.

박대출 대변인도 “새정치연합은 이번 사건을 개인 의혹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성급한 결론이자 희망 사항일 뿐”이라며 “해당 시의원이 피해자로부터 5억여 원을 빌린 시점이 2010년~2011년 사이라고 한다. 2010년 6월 2일, 즉 제5차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기다. 이 돈을 왜 빌렸고, 빌린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차용 목적과 사용 내역 등을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라는 브리핑을 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또한 박 대변인은 “해당 시의원의 지역구 주변에서는 5억여 원의 용처를 둘러싸고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며 “소문의 진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를 통해 한 치의 의혹도 없이 규명해야 할 것”이라는 브리핑을 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김형식(서울시의원), 宋씨가 뇌물 폭로 압박하자 살해 사주한 듯”이라는 조선닷컴의 기사에 “송씨를 실수로 죽인 게 아니라면 김형식과 팽씨를 사형시켜라. 나는 이런 흉악범이 출소 후 민주당 공천받는 거 보기 싫다(shyra****)라는 등 새민연 비판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gold****)은 “살해동기가 뭐든 간에 서울시의원은 새정치연합 소속이었다는 거. 탈당을 해도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는 거”라고 했고, 다른 네티즌(na****)은 “사람이 먼저라더니 이게 뭔 꼴이냐? 돈과 권력 때문에 사람을 죽이다니”라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bi****)은 “새민련은 국정조사 하자고 핏대 올려야 되는데 어찌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나? 배후를 밝히라고 장외투쟁도 해야 되고”라며 새민련의 침묵에 대해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