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세월호 사건 직후 前 측근들이 전한 유병언 一家 정황

서석천 2014. 6. 30. 10:49

[추적] 세월호 사건 직후 前 측근들이 전한 유병언 一家 정황

“세월호 침몰 당일 밤, 장남에게 ‘유럽으로 당장 떠나라’ 지시”

 

 

글 : 白承俱 月刊朝鮮 기자 

⊙ “유병언, 추종자 100명이 잡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
⊙ 유병언, 점조직으로 연락 취해… 금수원에서 1시간 거리의 모처에 숨어 있을 것
⊙ 130kg 巨軀 유대균, 성격 급해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해… 식탐 강해 먹는 것 추적도 방법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경기도 안성 소재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 당일 밤, 오랜 지인(知人)에게서 연락이 왔다. 업무상 유병언(兪炳彦) 전 세모 회장과 가깝게 지내왔던 사람이다. 그는 세월호 선사(船社) 청해진해운이 유병언 회장 소유라고 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청해진해운이 누구 소유인지, 또 세월호와 ‘유병언’이 어떤 관계인지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다.
 
  다음날 또 다른 유병언 전(前) 측근들을 접했다. 그들로부터 억만장자 사진작가 ‘아해’가 유병언 회장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유 회장이 세월호의 증개축에 관여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충격적이었다. 기자는 4월 17일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는 유병언”이라는 내용을 《조선PUB》에 기고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해당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그날 밤, 고창환 전 세모 사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세월호와 유병언 회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사실과 달랐다. 유병언의 현(現) 측근인 그는 5월 구속됐다.
 
  4월 21일 오전, ‘얼굴 없는 사진작가 아해는 유병언’이라는 기사를 곧이어 게재했다.
 
  전 측근들은 실시간으로 유병언 일가와 현직 측근들의 움직임을 알려왔다. 그들은 유병언 일가의 상황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었다. 과거 유병언 측근으로 활동할 때 관계를 맺었던 인사들이 지금도 유 회장 주변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럽으로 지금 당장 떠나라”
 
  전 측근들은 세월호 사고 다음날 이렇게 전했다.
 
  “어제(4월 16일) 유병언 회장이 긴급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가장 먼저 취한 조치가 큰아들의 해외 도피입니다. 큰아들에게 ‘유럽으로 지금 당장 떠나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사건 발생 3일 뒤인 4월 19일, 유 회장의 장남 대균씨는 인천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출국하려다 출국금지된 사실을 알고 곧바로 잠적했다.
 
  영국산 고급 외제차 벤틀리 두 대를 번갈아 타고 다녔다는 유대균씨에 대해 전 측근들은 이렇게 전했다.
 
  “수억 원에 달하는 벤틀리를 두 대나 타고 다녔는데, 이번 사고가 나기 전에 다른 차로 바꿨습니다. 큰아들 대균씨는 캐나다에서 유학했는데 영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사업 수완도 작은아들보다 떨어졌고 눈치도 없어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국세청이 큰아들을 세금 문제로 조사하려 했는데 유 회장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큰아들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한 일이라 나는 잘 모른다’는 식으로 말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조사가 있기 며칠 전에 해외로 나가 있게 했습니다. 세무조사는 유야무야됐습니다.”
 
  전 측근들은 세월호 사건 발생 이틀 후인 4월 18일,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전했다.
 
  “현재 유병언 회장의 큰아들이 유럽으로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도 불리하면 도망갈 겁니다. 지금 유 회장이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거물급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만약 두 아들 유대균, 유혁기를 잡으면 유 회장은 순순히 검찰 조사에 응할 겁니다. 그러나 가족 외에 측근들만 잡아들여서는 사건을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겁니다. 유 회장을 위해 순교(殉敎)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 측근들은 사건 초기부터 수사당국이 유병언 일가를 체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유 회장 측이 검찰보다 훨씬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 측근들은 유병언과 그의 부인 권윤자 그리고 유 회장의 여비서였던 김혜경(한국제약 대표)의 관계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유 회장과 김혜경은 특별한 관계에 있습니다. 김혜경 사장은 유 회장이 ‘아해’라는 이름으로 국제사진전을 할 때 후원경비를 모았던 핵심 인물입니다. 유 회장은 파리, 뉴욕, 프라하, 모스크바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는데, 김혜경이 경비조로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로부터 70억원, 40억원 등 총 110억원가량을 모았습니다. 물론 이 경비를 다 쓴 것은 아닙니다. 쓰다 남은 돈은 유 회장 일가가 처리했습니다. 김혜경은 두 자녀를 두고 있는데 일부 추종자들 사이에서는 유 회장의 혼외자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이런 소문은 이미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 전에 퍼졌습니다. 유 회장 측은 헛소문이라며 소문의 진원지로 김혜경을 지목했습니다. 결국 유 회장의 일부 추종자들이 김혜경에게 린치를 가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했습니다. 김혜경은 현재 전남 목포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엊그제 터진 세월호 사건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아마도 김혜경이 조사를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떠나라는 조처를 유 회장 측이 할 겁니다.”
 
  전 측근들의 예상대로, 김혜경은 사건 발생 4일 뒤인 4월 20일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이 배포한 유병언·대균 부자(父子) 수배 전단. 이들이 변장하였을 경우 예상되는 모습이다.
 
  “세월호 증축하라”
 
  사건 초기 수사당국은 유병언 회장이 세월호 침몰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데까지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전직 측근들은 사건 발생 초기에 이렇게 증언했다.
 
  “검찰에서 압수수색해서 세월호 설계도면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나 그 밑에 이사들을 불러서 자백을 받으면 다 나올 겁니다. 회사 운영과 관련해 주요 사안은 유 회장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청해진해운 대표와 주요 이사들은 세월호를 일본에서 인수한 직후 ‘유 회장이 (세월호를) 증축하라 지시했다’는 말을 주위 사람들에게 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유병언 회장이 다 합니다. 여직원 하나 뽑는 데도 그의 허락을 받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사건이 나고서 한 달 뒤 수사당국은 유 회장이 세월호 증축을 직접 지시했고, 세월호에 개인 전시실까지 마련한 사실을 밝혀냈다. 수사당국이 유병언 회장의 세월호 증축 지시 사실을 사건 초기에 밝혀냈더라면 유 회장의 신병을 보다 빨리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 측근들에 의하면, 유병언 회장은 세월호 사건 당일부터 측근들과 긴급대책회의를 하며 장남 유대균, 비자금 관리인 김혜경 등 유 회장 입장에서 잡혀서는 절대 안 되는 핵심 인물들을 해외로 도피시키거나 또는 국내서 잠적하도록 했다. 유 회장 자신도 잠적을 치밀히 준비했다.
 
  전 측근들은 세월호 사건 발생 두 달이 넘도록 유 회장의 행방이 묘연하자 유병언 회장을 돕는 일부 추종자의 이름과 전·현직 공무원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유 회장 측근으로 있다가 종교적 이유와 자금문제로 현재 소원(疎遠)해진 인사들의 이름도 댔다.
 
  “유 회장은 군무원 출신의 ○○○, 정보기관 출신의 ○○○, 경찰 ○○○ 등에게 검찰 수사나 여론 동향을 파악·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회계사 ○○○도 몸을 숨기라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 유 회장 부인 권윤자, 유 회장의 형제자매들을 조사해야 합니다. 특히 부인 권윤자씨는 지난 3년간 서울 서초구 염곡동 소재 자택에서 유 회장을 대리해 일주일에 1회꼴로 계열사 임원들을 소집해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해 왔으며 유병언 일가의 재산 관리도 직접 해왔습니다. 과거 오대양 사건 발생 당시 거론됐던 유병언의 자금관리책 ○○○는 구통(舊通), 여기서 떨어져 나와 유병언의 재기(再起)에 결정적 역할을 한 김혜경을 신통(新通)의 핵심이라 부르는데 김혜경과 라이벌인 ○○○, 신통 폭력행동대 지휘책 ○○○ 그리고 유자밭 책임자 ○○○, 유병언의 운전기사 ○○○ 등도 빨리 신병을 확보해야 합니다.”
 
  전 측근들은 유 회장의 부인을 신속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지만, 검찰은 최근에서야 유 회장의 부인을 수배했다. 수사당국은 부인 권씨가 장남 대균씨와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새벽 5시까지 대책회의 열어
 
  전 측근들은 유병언이 세포 배양 방식으로 조직책들을 관리해 왔으며, 여자들의 경쟁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유병언 회장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유 회장 측근들의 연락 방식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도피 중인 유병언의 지시는 점조직으로 전달됩니다. 유 회장의 지시는 1차 점조직 ○○○와 2차 점조직 ○○○를 통해 부인 권윤자에게 전달되고, 이는 또다시 유 회장의 형제와 권윤자 남동생 ○○○의 부인 ○○○에 전달되고 나서 김엄마를 통해 하부 추종자들에게 이어집니다. 그런데 김엄마의 역할을 하는 추종자는 언제든지 다른 추종자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엄마에 크게 무게를 둬서는 안 됩니다. 전달방식이 최근에 약간 바뀌었는데 유 회장의 또 다른 측근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들은 지난 6월 3일 경기도 모처에서 새벽 5시까지 대책회의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유 회장의 부인 권윤자씨 등은 추종자들에게 ‘검찰이 소환요청을 하더라도 일절 출두하지 마라’고 지시했습니다.”
 
  유 회장의 은신처에 대해 전 측근들은 몇몇 장소를 지목했다.
 
  “금수원 인근 옹리부락 뒷산 중턱에 단독주택이 하나 있습니다. 이 주택은 수년 전 교회 목사의 집이었는데 유병언이 종종 사용해 왔습니다. 일반인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금수원과 1시간 거리에 있는 충청 이북 몇몇 장소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점조직으로 유 회장이 구두지시를 내리려면 금수원과 그리 멀지 않아야 합니다. 장남 유대균은 130kg의 거구(巨軀)인데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 있는 친척의 도움을 받으며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는 성격이 급해 오랫동안 한곳에 머물지 못할 겁니다. 식탐도 강한 편입니다. 먹는 것을 추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유병언 회장은 자신의 추종자 100명이 구속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가족만큼은 끔찍이 챙기는 사람입니다. 부인이나 자녀 중에서 누구 한 사람이라도 검찰에 체포되면 그때는 제 발로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