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울산 북구지구당에서 ‘선군정치의 중요성’ 문건 발견,
⊙ 2004년 울산 북구지구당에서 ‘선군정치의 중요성’ 문건 발견, 이석기 녹취록과 내용 흡사
나는 여러 해 동안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에서 상근자로 일했던 사람 중 하나로서 친북세력의 정치세력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2002년 당시 민노당 당원으로 울산북구 지구당에서 구청장 선거를 지원했다. 몇 달 뒤에는 서울로 올라와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 비서실에서 근무하며 대선(大選)을 치렀다. 2003년부터는 중앙당 인터넷위원회에서 일했고 민노당이 처음 국회에 진출하던 2004년에는 다시 울산북구로 내려가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이후 당내 종북세력을 비판하다가 2008년 민노당 분당 때 당을 떠났다.
2008년 2월 3일 2008 민노당 임시전당대회에서 당내 반북파(평등파)와 종북파(자주파)는 정면으로 대립했다.

이석기 녹취록의 자매품
<현 정세는 이북의 선군정치를 중심으로 북미대결 승리로의 결정적 전진을 예비하고 있다. 올해 이북 선군정치의 의도와 요구는 이남 민족민주 일꾼들로 하여금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높으므로 전쟁은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패퇴시키는 결정적 타격을 가하는 것에 있다. 현 정세의 본질을 전쟁을 막고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현상적 인식이다.>
최근 불거진 이석기 녹취록의 자매품처럼 보이는 이 문건을 나는 2004년 울산의 민노당 사무실에서 보았던 것이다. 이 문건의 요지는 결국 “전쟁을 막는 것보다 미국을 패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문건은 이러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 지침도 주고 있었다.
<핵심일꾼 태세의 정비: 이북의 선군영도에 의해 북미 대결전 승리의 결정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1) 전사로서 나는 어떤 태세로 화답할 것인가? (2) 북미 대결전의 종국적 승리를 이루어내기 위해 나는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태세를 정비한다.>
<자주통일 사업을 중심으로 분회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당을 강화한다. 구체적인 동네로 들어간다. 지구별 몇 개의 특정 동과 아파트를 선정하여 집중 돌파한다.>
<북의 핵무장의 불가피성과 정당성, 북의 핵무기가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고 있다는 주장 등도 함께 넣도록 해야 한다.>
당시 문건에는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 무장투쟁을 준비하라는 식의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북한이 왜 선군정치를 해야 하는지 그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논리를 공급하고 있었다. 나는 넘쳐나는 북한 사투리로 북한 군부의 논리를 설파하는 그런 문건이 대한민국의 진보정당 사무실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9월 테제’
‘9월 테제’는 2001년 9월, 전국연합 핵심 활동가 500여 명이 모인 수련회 자리에서 채택되었다고 알려진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이라는 제하의 문건을 말한다.
문건의 요지는 민노당을 전술적인 합법당으로 활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노당에 대한 전면적 참여를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바로 이 ‘9월 테제’를 전후해 당 밖의 친북그룹들이 조직적으로 입당(入黨)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민노당 내부에서는 당내 친북그룹을 울산연합과 경기동부연합, 인천연합으로 파악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합법정당 진출 노선에 가장 적극적이던 그룹이 바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얘기가 퍼져 있었다. 2013년 터져나온 이석기 사건의 기원을 추적하다 보면 우리는 이러한 것들과 만날 수밖에 없다.
‘9월 테제’에는 종북세력의 ‘군사적 관점’을 엿볼 수 있는 구절도 등장한다.
<북(조선)은 제국주의 세력이 정치협상을 중단하면서 집중시킨 고립, 압살책동과 사회주의혁명의 최대 시련기를 무엇으로 돌파할 수 있었는가? 북(조선)은 군사력으로 돌파하였다. 북(조선)은 백두산1호를 우주공간을 향해 발사하였다. 그 광경을 지켜본 제국주의 세력은 경악하였고 종전처럼 적대, 말살정책을 계속 고집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자기의 정책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북(조선)의 이론에 의하면, 제국주의 세력에 맞설 수 있는 힘은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가장 강력한 물리력인 군사력이라고 한다. 북(조선)은 사회주의혁명의 최대 시련기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입지도 못한 채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가역량을 총동원하여 대륙 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하였으며, 그로써 난관과 역경을 정면돌파하고 제국주의 세력과의 대결에서 전세를 역전시켰다.>
지금 돌이켜보면, 민노당은 결과적으로 종북세력의 오늘을 있게 한 거대한 숙주(宿主) 역할을 하고 말았다. 종북세력은 민노당을 기반으로 삼아 정치세력화에 성공했고 국회에 진출했다. 특히 경기동부연합 선거공영제를 매우 입체적으로 활용해 국가 재정으로 자신들의 물적(物的) 기반을 확충해 나가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능한 나머지 좌파들은 친북세력들과 원칙 없는 합당(合黨)과 분당(分黨)을 반복하다가 스스로 몰락을 자초했다. -조선닷컴에서-
입력 : 2013.09.17 17:53 | 수정 : 2013.09.22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