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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차기 대통령, 북한을 다룰 때 레이건의 조언을 경청해야”

서석천 2012. 12. 19. 14:42

⊙ MB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이고 원칙적… 남북대화를 방해한 쪽은 북한
⊙ 오바마, 이란을 최우선 이슈로 정할 듯… 북핵 문제에는 정치적 자원 낭비하려 하지 않을 것
⊙ 김정은 핵무기 포기 가능성은 희박… 내년 초 미사일 발사 가능성 높다
⊙ 서해5도 방어 위해 유엔군사령부(UNC) 역할 중요…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새 조직 만들어야
⊙ 원자력협정 재개정을 통해 윈-윈(win-win)하는 韓美관계 돼야

마이클 그린
⊙ 케니언칼리지(Kenyon College) 역사학과 수석졸업. 존스홉킨스대학교 대학원(SAIS)
    국제관계학 석·박사.
⊙ 일본 도쿄대학교, MIT공과대학 연구원.
⊙ 존스홉킨스대학원 조교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역임.
⊙ 現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 미국 CSIS 부소장 겸 일본실장.
  “대한민국의 차기 정부가 포용정책을 펼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포용정책이 북한정권의 태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어서도 안 돼요. 앞으로 우리는 포용정책을 펼쳐가며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를 준비해야 하고, 대북 억제력을 강화시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2004~2005년까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하며 한·중·일 3국 문제를 담당했던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의 말이다. 그린 교수는 MB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이고 원칙적이었다고 평가한다”면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에 계속 ‘당근’을 주었더라면 아마도 역효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그린 교수는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에서 부소장 겸 일본실장으로 있다.
 
  기자는 지난 11월 2일 워싱턴 중심가에 있는 스테이크하우스 ‘루스 크리스(Ruth Chris)’에서 마이클 그린 박사를 만났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지인(知人)이 많은 그린 박사는 스코틀랜드 전통악기인 백파이프(풍적·風笛)를 즐기는 독특한 취미를 갖고 있다.
 
  그는 한국의 대선 상황이 궁금한 듯 기자에게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것 같은가”라고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내면서도, “한국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기존의 한미관계의 틀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오히려 북한이 남북대화 방해
 
  -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둔 시점에서, 한국의 대선 주자들은 한결같이 과거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으로 회귀한 것 같습니다. 박근혜(朴槿惠) 후보와 야권의 문재인(文在寅)·안철수(安哲秀) 후보, 이들 중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한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데요.
 
  “지금 대북 포용정책을 펼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포용정책이 북한정권의 태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어서도 안 돼요. 포용정책이 일방적 유인책(誘引策)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만 합니다. 대한민국의 차기 정부는 향후 북한이 악용할 여지가 있는 ‘한미동맹의 틈’을 보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오늘날 북한정권은 핵 물질과 미사일 보유수 증가, 그리고 내부의 불안정성 등으로 위협적입니다. 이것은 한국 혹은 미국 정부가 각각 홀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아니라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짊어져야 할 부분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포용정책을 펼쳐가는 한편으로,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도 준비해야 하고,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린 교수께서는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관찰해 왔습니다. 이명박(李明博)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나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이고 원칙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핵실험(2009년)과 천안함 침몰 그리고 연평도 포격(2010년) 이후 북한에 계속 ‘당근’을 주었더라면 아마도 역효과를 낳았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남북대화를 계속 방해한 쪽은 북한이라는 사실을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비판자들은 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 그렇다면 김대중(金大中),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장기적으로 (남북관계에) 유산(legacy)을 남겼습니다. 이로 인해 대북 포용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햇볕정책의 문제점은 북한의 참여를 예상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햇볕’이 북한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오판했던 것이죠. 사실, 북한은 내부적으로 더 억압되고, 핵개발을 통해 대외적으로 더 위험한 존재가 됐어요.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전략적(strategic)이라기보다, 전술(tactic)에 가까운 일개 방책(tool)이었습니다. 포용은 대북정책의 일부분이어야 했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면 제재와 억제력이 뒷받침이 됐어야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후 신임하는 학자들을 미국으로 파견해 나와 백악관 인사들과 미팅을 갖도록 했어요. 그의 메시지를 들어보니, 노 전 대통령은 대북관계를 변화시키려는 것보다 대한민국 내 정치적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었더군요. 임기 5년 동안 남북관계 발전 측면에서 보면, 노무현 정부의 실적은 미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반미는 한미동맹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체결과 주한미군 재배치 등 한미관계에서 이정표가 될 일들을 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당시 노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NGO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친북 성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노무현 정부는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 큰 영향력은 없었습니다. 한미관계에 있어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업적은 남겼으나, 국내 정치 세력에 의해 상당부분 훼손됐다고 생각합니다.”
 
 
  金大中-盧武鉉-李明博 정부의 실패
 
2011년 10월 14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백악관 영빈관에서 열린 ‘미 주요 정책 리더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등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빅터 차, 마이클 그린 CSIS 연구원, 리처드 아미티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
  - MB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현 정부 들어 북한과의 대화와 인도적 지원도 없었고, 오히려 긴장만 늘었다고 주장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동안 대북 포용정책을 돌이켜보면, 실제로 긴장은 완화됐지만,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전시켰으며 변한 것이 없습니다. 대북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바람직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그 기준이라는 것이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중단과 인권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라면, 세 정권 모두 실패했다고 봅니다. 조만간 북한에서 변화가 나타나기는 힘들겠지만, 대북 억제력을 통해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장하고,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기초 작업에 착수해야 합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억제력 재확보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 그리고 핵실험이 이 대통령의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의 산물(産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북한이 공격한 것은 스스로 정권을 유지하고, 국가 위신을 높이기 위한 행보였다고 봅니다. 우리의 목적은 이런 북한의 움직임을 중단시키는 것입니다. MB정부는 전 정부보다 성공적으로 이 목적을 달성했다고 봅니다. 회담은 상징적일 뿐이에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어떤 성과를 이끌어냈습니까? 그렇지 않았잖아요? 나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대북정책의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에게 대북정책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조언처럼,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고 권하고 싶습니다.”(1980년대 후반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를 선언하고 미국에 군축협상을 제기하자, 서방세계는 소련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그러나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상대를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우려하는 주변에 러시아 속담인 이 말을 했다. 결국 레이건의 적극적인 정책이 소련을 붕괴시키고 냉전을 종식시켰다.)
 
  - 미국은 북핵 제거를 위해 6자회담 틀 안에서 해결을 도모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제임스 켈리, 스티븐 보즈워스, 크리스토퍼 힐, 글린 데이비스 등 북핵 6자회담과 관련이 있는 전·현직 고위관리들이 서울을 방문해 미국이 그동안 북한 핵무기와 관련해 강조해 온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원칙’에 대해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비관적 입장을 밝혔더군요. 향후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어떻게 북핵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봅니까.
 
  “CVID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로 유지돼야만 합니다. 만약 부분적인 중단(shutdown) 혹은 동결(freeze)이란 목표를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만 있다면, 상호 해결 단계로의 전환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유의해야 할 점은 북한은 이전의 모든 계약을 위반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거래에서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투자자의 추가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을 안게 될 것입니다. 솔직히, 이른 시일 내에 북한과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무기 사용, 핵보유 및 확산과 불안정성에 대한 방어 태세를 견고하게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 기회를 물색하는 것은 지지합니다.”
 
 
  내년 초 미사일 발사 가능성 크다
 
  - 4년 전 미국 대선과 비교해 볼 때, 이번 미국 대선에서 북핵은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 대신,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이후 유연성을 갖게 되겠지만, 이란을 최우선 이슈로 정할 것으로 봅니다. 또한 북한 문제의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올 확률은 낮기 때문에 정치적 자원을 낭비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요. 그러나 (새로 임명되는) 국무장관의 의견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대북 포용정책에 우호적인 반면, 수잔 라이스 유엔대사는 신중한 편이에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겁니다.”
 
  - 한국의 대선 후보들도 북핵 문제 해결에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북핵 문제 해법을 물으면, 기계적으로 “6자회담 재개”를 입에 담을 뿐입니다. 2008년 이후 중단된 6자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도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마치 ‘6자회담 재개=북핵 해결’이라는 도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회담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talks are one tool), 매우 녹슬고 효용성이 떨어진 도구라는 사실입니다. 북핵이란 ‘잡초’ 제거에는 효과적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쓸모 있는 도구죠. 아직 버릴 수는 없어요.”
 
  - 북한은 내년 1, 2월 한미 양국의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로 극단적인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과거 북한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과 5월에 각각 미사일과 핵실험을 단행한 적이 있습니다. ‘북핵’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호전성을 제거하지 않고 실제로 한반도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북한은 자체적으로 장기적인 ‘억제’ 계획에 맞춰 앞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더 실행할 것입니다. 그 시점은 정치적인 수단이 필요한 시점인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주된 동기는 무기 개발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을 비핵화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기 전까지 유일하게 달성한 업적이 핵무기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면,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을 포기할 것으로 봅니까.
 
  “100퍼센트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100퍼센트 확실한 답변도 아니고요.”
 
 
  유엔군사령부, 존재만으로도 억제 효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한 김관진(오른쪽) 국방장관이 지난 10월 24일 워싱턴DC의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친 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미 국방장관은 이날 오는 2015년 말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미니 연합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미국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노무현 정부 당시 서해상 NLL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 위해 회담을 가졌습니다. 당시 북한은 NLL 이남 지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주장하는 등 사실상 NLL 무력화 의도를 드러내면서 회담이 결렬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대선 후보들은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1976년 8월 육상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 경비병이 미군 장교를 도끼로 살해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이런 마당에 해상에 공동어로구역을 만드는 건 긁어 부스럼 아닌가요.
 
  “한국과 미국의 안보 임무에 제약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신뢰 구축 방도를 찾아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어로구역 설정은 이해가 가지만, 북한이 NLL 이남 지역을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들어 북한군은 대규모 공기부양정 기지를 백령도 북방 50km에 있는 고암포 지역에 건설하고 공격헬기 50여 대를 태탄 기지에 전개하는 등 서해5도 주변 지역에 군사력 증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서해5도 방어를 위한 유엔군사령부(UNC)의 역할이 과거보다 중요해졌다고 판단하는데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유엔군사령부가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항구적으로 부담을 줄 것이며, 앞으로도 공격을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김정은, 개방 가능성 희박
 
  - 미 하원 군사위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포함된 ‘2013 국방수권법 수정안(2013 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과시킨 것을 놓고 이를 주목한 한국 학자들이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등이 전술핵 재배치를 적극 주장하고 있고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억제 차원에서 1991년 철수한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할 의향은 없는가요.
 
  “이 법안은 실제로 미국 정책에 끼친 영향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억제력 확대의 의미와 미국 핵우산에 관련된 논의를 촉발하기는 했지만, 미 국방부에 의해 정책으로서 채택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북한의 김정은은 과연 개혁개방을 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앞으로 그의 행보를 주시해야만 할 겁니다.”
 
  - 북한이 미북 관계 개선을 하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남한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적화통일을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봅니다. 향후 김정은은 전통적 대외정책인 소위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봅니까.
 
  “김정은이 다른 방법을 취할 것이라는 조짐은 아직 없지만, 오래된 술에 새로운 풍미(風味)를 더하려는 시도는 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균형자 역할하려면 위험 감수해야
 
지난 11월 11일,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판문점 회담장을 둘러보고 있는 사이, 북한 측 경비병들이 창문을 통해 사진을 찍고 있다.
  -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2006년 12월 27일 “중국은 해양대국이므로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보위하고 해양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해군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국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주변 해역에 대해 야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의 해양패권 추구로 이어도는 물론 해상교통로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해양패권을 막기 위해 2007년 결성한 미국-일본-호주의 군사동맹에 한국을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중국은 ‘근해(近海)’라는 개념을 통해 제1열도선(일본, 타이완, 필리핀)을 넘어 더 큰 전략적 통제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반도국가이기 때문에 제해권과 육지권을 동시에 갖고 있잖습니까? 호주, 인도, 일본 그리고 미국과 같이 바다를 끼고 있는 국가들은 이 해역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고요.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 일대를 강력하게 통제하길 원하고 있어요. 이번 영토분쟁은 지난 10년간 발생한 가장 난해한 전략지정학적(geostrategic)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한국은 ‘항해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를 원하지만, 중국은 ‘대응개입(counter-intervention)’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한국 국익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동시에 한국은 일본이나 호주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습니다. 만약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한다면, 상황을 감당하기가 좀 더 수월할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한국이 중국과 다른 나라 사이에서 ‘균형자(balancer)’로서 행동하려 한다면, 많은 위험 부담을 안게 될 겁니다.”
 
  - 한국의 일부 예비역 장성들은 한미연합사 해체로 인해 한미동맹이 느슨해질 경우, 일본은 독도를, 중국은 이어도를 무력으로 점령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데요.
 
  “일본이 독도 문제에 관해서 무력을 사용하거나 강압적으로 나올 시나리오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말도 안 돼요. 이런 무력 도발은 미국으로부터 고립되고, 중국과 비교할 때 일본의 국력을 약화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합동성(jointness) 자체가 억제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미연합사 해체에 대해서는 우려가 많이 됩니다. 연합사를 대체할 새로운 지휘조직을 설치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워싱턴 중심가 포토맥 강이 내려다보이는 음식점 루스 크리스에서 마이클 그린(왼쪽 두 번째)과 함께한 기자(오른쪽 두 번째).
  - 한국 정부가 조만간 차세대 전투기 기종을 선택할 예정입니다.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은 기존의 F-4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대한민국 공군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결정사항입니다. 현재 후보로 미국 록히드의 F-35와 보잉의 F-15SE, 그리고 유럽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언론 기고에서 “차세대 전투기 선택 자체가 그 나라의 미래 국방전략 및 동맹관계와 직결돼 있다”며 “기술민족주의에 집착해선 안 되고, 전투기 선정에서 정치적 판단은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미국 일변도의 무기 도입에서 다른 지역으로 무기도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데요.
 
  “전력의 다각화(5세대 전투기인 록히드 마틴의 F-35를 도입하지 않고 4세대 전투기인 보잉의 F-15SE와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도입하는 것을 뜻함-기자 주)가 한국 공군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말이 과연 논리적인지 묻고 싶습니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 결정은 지역적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돼야만 합니다. 15~20년이 지난 후, 중국은 상당수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확보하게 될 것이고, 일본은 (이번에 도입을 결정한) F-35 비행편대를 실전에 투입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공군은 어떤 위치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싶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때도 한국은 자체 개발하려는 전투기가 여전히 미완성일 것이고, 국산 전투기를 개발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5세대일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한국 공군은 4세대 전투기를 실전에 배치하겠지만, 2025년경에는 상당히 노후한 기종들이 될 겁니다. 한국의 기술 확보를 고려한다면, 낙후된 (4세대 전투기) 기술을 기반으로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과 미국과 컨소시엄을 맺어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나을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기술 확보와 기술 발전을 등지고 자국 전투기 개발사업에만 얽매이면 어떠한 산업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겁니다.”
 
  - 지난 8월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발행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군 전력배치 보고서(U.S. Force Posture Strategy in the Asia Pacific Region)’ 작성에도 참여하셨습니다. 국방부 의뢰로 만들어진 이 보고서는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중시전략을 뒷받침해 줄 군사력 배치를 분석·평가하고 권고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향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봅니까.
 
  “미국은 방위예산을 무한정 삭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위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미국 경제를 더 발전시켜 방위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 관계를 더 발전시켜 역할과 임무를 적절히 분할하면서 제한된 방위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 한미 양국은 2014년 3월 만료되는 한미미사일협정 개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최근 박근혜 후보는 “시대에 맞지 않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추진해 자원을 재활용하고 최종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은 현재 한국의 재처리가 핵 비확산정책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원자력협정이 타결되려면 한미 양국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까.
 
  “미국과 한국은 여전히 원자력협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기술이 필요하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적 조치를 증진하기 위해서 미국도 한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원칙들이 한미관계에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다주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