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여행

중국/삼청산

서석천 2010. 6. 10. 20:51

 

 ▲청대 옛거리 문방사우와 한약재 먹거리로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지난 2008년11월8일에 황산엘 한번 다녀왔는데 그 절경이 아롱거려 다시 황산과삼청산을 탐방하기로 하고...
서공석 내외와 권윤자씨 우리내외 5명은 6월4일 부산에서(23:30) 인천공항까지의 심야고속버스로 인천국제공항(05:00)에 도착.
07:00에 3층 출국장 F카운터 앞에서 미팅이 있으니 여유롭게 노닥거리다. 일행들 한두사람 모이고... 총21명이다.
우리와 같이갔든 권윤자씨는 본인여권 대신 아들 여권을 가져와서 되돌아 가는 황당한 일까지... 20명이 출국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08:55에 출발하는 동방항공 MU5052편으로 상해 푸동공항에 09:50에 도착한다(중국과는 1시간의 시차가 있음)
푸동 국제공항에서 우리일행을 안내할 조선족 김광수씨와 만나 공항에서 10분거리에 위치한 동해가든에서 식사후
 황산시로 이동하다  청대 옛거리도 거닐 만하다. 청나라 때 번화가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약 1km의 상가 거리는
문방사우와 한약재 등으로 유명하단다. 옛거리를 거닐며 청의 화려했든 국력을 가늠 해 보며 황산시에 있는 그랜드호텔에 여장을 푼다.
저녘식사땐 한국에서 가져온 C1 쇠주를 반주로... 내일 삼청산을 상상하며 꿈나라로...


6일아침 눈을뜨니 날씨는 좋고... 창밖으로 보이는 중국의 아침풍경은 평화롭기만 하다.

중국땅은 넓다. 러시아와 캐나다 다음으로 넓은 이 나라는 북쪽으로 고비사막, 서쪽으로 티베트와 히말라야, 동남쪽으로 황해와
남중국해에 걸쳐 있고 아한대와 열대의 기후가 공존한다.

 자연 경관만큼 사람살이의 모습도 다양하다. 13억 인구의 92%에 달하는 한족 외에 중국 정부에서 공인하는 소수민족이 56개나 된다.
참으로 복잡한 나라다. 어떤 모습으로든 규정할라치면 불쑥 다른 얼굴을 내민다. 하지만 자연으로 눈길을 돌리면, 춘추전국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자본주의적 시선에서 살짝 비켜나면, 유유자적한 여행의 발걸음을 허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 산수미를 대표하는 곳을 꼽으라면 한국사람들은 황산과 계림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렇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은 인간들이 좋아하는 위계적 서열개념에 묶여 있는 게 아니다.

중국 남동 내륙에 위치한 강서성(江西省)이야말로 중국 산수의 고유한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다.
중국에서도 해안 도시에 비해 개발이 뒤처진 이곳은 한국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최근 들어 유네스코에서 이곳의 삼청산(三靑山)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2008년)함으로써 주목을 받고 있다.

호텔에서 아침식사후 06:45에 출발하여 삼청산에 09:10에 도착. 금사케이불카 로 오른다. 나와염대장은 여기서도 경노(敬老)라고
케이불카 요금을 활인해 준다.ㅎㅎㅎ

6인승 곤도라를 타고 10분 이상 등산로 입구로 이동하는 동안 내려다본 삼청산은 깎아지른 듯한 산봉우리가 숲처럼 모여 있는
형국이다. 최고봉인 옥경봉의 높이가 1,819m 정도인데도 대부분 봉우리들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 보인다. 가파름이 주는 수직적
상승감이 체감고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산기슭의 화려함 때문인지 계곡미는 빈약한 듯하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지리산이나 설악산의 계곡은 참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단순비교로 우열을 다툴 일은 아니고. 모든 산은 비교 불가능한 고유의 존재감이 있는 법이고, 그것에 대한 심미적 반응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므로...

명나라 말기의 지리학자이자 중국 최고의 여행가로 일컬어지는 서하객(徐霞客·1586~1641년)은 “황산을 보고 나선 오악(五岳)를 볼
생각이 들지 않고, 오악을 보고 나면 산을 보고픈 마음이 사라진다”라고 극찬하였다 한다.
이런 그가 삼청산을 두 번이나 오르고는 침묵으로 일관했단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그의 침묵에 대해 황산에 대한 자신의 상찬이 성급했음을 인정하고 뒤늦게 삼청산에 오른 것을
후회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그의 속마음은 누구도 모를 일이지만 분명한건 자연의 아름다움을 서열 매기기 식으로 말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는 점이다.
북한산과 도봉산은 서울이라는 한국의 수도 가운데에 있다는 입지 조건만으로도 천하제일의 명산이라 할 만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약수터로만 인식되는 동네 앞산이나 뒷산일 수 있다.

삼청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의 특징은 하나같이 찌를 듯한 첨봉들이 저마다 독립적인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기묘한 봉우리마다엔 그림처럼 소나무가 솟아 있다. 구름이 그 모든 봉우리를 휘감아돌면 비로소 산 전체가 선경을 이룬다.
 이때 봉우리들은 모두가 주인이면서 동시에 배경이 되는 유기적 통일체가 된다.

삼청산이나 황산 산행은 우리나라에서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능선을 이어나가는 것도, 능선을 따라 정상을 오르는 것도 아니다.
30분 정도 돌계단으로 해발 1,600m 지점까지 오른 다음 산허리를 따라 봉우리를 휘감아간다.
그 길이 바로 고공잔도(高空棧道)다. 잔도(棧道)란 벼랑에 구조물을 설치해 선반처럼 만든 길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수직이나 오버행으로 이루어진 사면에 낸 길이다.
암벽 등반으로나 붙어 설 수 있는 벼랑에 인위적으로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말 그대로 허공을 걷는 셈이다.

그런데 삼청산의 등로중 서해안 고공잔도의 길이만 3.6km나 된단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힘든 발상이다.
감탄과 함께 과연 이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사람이 해도 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질리기까지 한다.
인력이 많아서도 가능할수 있고, 사람이 흔하다 보니 이런 노역에도 일자리를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이런 나의 생각은 중국인과 한국인의 자연관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인이 산을 신성시하는 태도가 강하다면 중국인은 감상의 대상으로 산을 바라보는 태도가 더 강한 데서 연유하는 것이 아닐까.
예로부터 중국인들은 산수의 아름다움을 문장과 그림을 통해서라도 인지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를 좋아하지 않았던가.
거기에 더해 중국인의 실용 정신도 한몫했을 것이다. 어쨌든 삼청산 산행은 특별한 체험이었다.
육안으로는 절대로 가까이서 볼 수 없는 풍광 속에 두 발로 설 수 있으니까.

등산로의 특징으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6시간 가량 소요되는 산행에서 특별한 어려움이나 힘든곳은 없었다.
중산리에서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는 데 들이는 힘의 1/3 정도라고 보면 된다.

 오악의 뛰어남이 모두 이 산 안에 있으니 삼청산(三淸山)은 천하제일 선인의 산, 세상에서 둘도 없는 복지(福地)로 불린다.
도교를 대표하는 명산 중 하나이며, 흑(地)과 백(天), 태극 사상을 담고 있는 도교문화의 다채로운 유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오악의 아름다운 지형적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황산과 비교되기도 하는 매력 있는 산이다.

산의 둘레는 100km에 이르며, 주봉인 옥경봉은 1,817m다. 만수원경구(万壽園景區)를 비롯해 남청원(南淸園), 양광해안(陽光海岸), 서해안(西海岸), 삼청궁(三淸宮), 옥경봉(玉景峰), 서화대(西華臺)의 7개 풍경구로 나누어져 있고, 2008년 7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목적지까지의 거리, 시간...등은 아무런 의미가없다. 길은 외길이고... 갈림길엔 이정표와 전망대엔 안내판까지 잘 되어있어 유유자적 걸어면서 보고 즐기기만 하면된다.
걷다보면 수많은 비경에 잠시도 눈길을 뗄 수가 없고 소나무와 바위와 구름이 어우러지면서 선경을 이루니 독특한 풍광들은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고공잔도에서 내려다본 협곡의 비경은

황산의 서해대협곡 못지않다. 협곡이 가까운 곳은 힘주어 건너뛰면 될 법도 한데... 몇십 미터를 들어가 굽돌아 나오기를 반복한다.

모자석(母子石)을 지나 오로조성(五老朝星)의 다섯 봉우리를 바라보고 조금 나아가니 거망출산(코브라바위)도 멀리 보인다.
건곤대(乾坤臺)에 이르니 아예 허공에 번지점프대처럼 사진촬영대를 만들어 놓았고. 바닥은 유리로 하여 더욱 심한 공포감이 들게한다.
양광해안 평면잔도의 출렁다리 도선교(渡仙橋)를 건너 한참을 걷다 오름길정상 일상주점에서 나와동생과 염대장은 잠시 휴식하는 동안
제수씨와 누라는 화장실 다녀와서 내림길로 내려서면서 팔방으로 뻗어나간 험산준령에 천만년 세월이 만들어낸 저 기암연봉들의 웅장함을 보라. 산정을 넘나들며 춤을 추는 듯한 취선(醉仙)의 몸짓 같은 신령한 안개구름, 노(老) 화백의 의도필부도(意到筆不到)의 일획을 닮은
실낱같은 잔도... 경지에 이른 수묵 산수화 한 폭을 보는 것 같아 경탄을 감출 수가 없다.

걷는방향으로는 거봉출산 모습과 삼청산의 상징인 사춘여신봉의 모습도 보인다. 단숨에 뛰어올라 여신주점에서 늧은 점심먹고
멘먼저 나와 여신봉으로 오른다. 여신의 자태는 참으로 고고하고 신비롭기 그지없다. 어찌 자연의 조화가 이토록 신비로울 수
있다는 말인가.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고 하더니 모든 법이 이곳에 있구나. 더 이상의 감탄사는 오히려 구차스럽다.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염대장도 언제왔는지 옆에서 여신의모습을 디카에 담고있다.

되돌아 나와 아침에 올랐든 길을 만나니 거봉출산은 내려다보며 나더러 이곳에 5욕(五慾)을 다 버리고 산을 내려가라 한다.
15:00에 수운산장에 도착하니, 아침9:10부터 시작하여 남청원풍경구, 서해안풍경구, 양광풍경구를 돌아 6시간의 꿈길같은 산행을 접는다.
하산을 마친뒤 3시간을 달려 호텔에 도착,  한국서 가져온 소주한잔의 반주로 저녁식사 마치고 내일 황산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201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