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다시 불거진 MB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서석천 2010. 2. 19. 08:28

안원구 X파일 정국태풍 급부상
모난 놈 옆에 있다 벼락 맞은 MB

본국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국세청 안원구 국장의 잇따른 폭로가 결국 이명박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안원구 국장은 지난 달 27일 "2007~2008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의 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란 자료를 봤다”고 주장했다.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주장이 공개되면서 도곡동 땅이 2년 만에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국세청은 일단 문건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지만, 일종의 내부 관련자의 폭로성 주장인데다 그동안 검찰과 특검 수사에도 불구하고 도곡동 땅 실소유주에 대한 의혹이 말끔히 가시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은 도곡동땅 실소유주 논란에 대한 수사 결과를 '이명박 후보의 땅이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다소 애매한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선데이저널>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최대 검증 이슈였던 BBK 사건을 특종보도한바 있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이 중요한 것은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란 주장이 제기된 ㈜다스에 유입되고 결국 BBK까지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상률 게이트 진상규명 대책반까지 꾸리며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안원구 국장이 폭로가 잇따르자 청와대와 여권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안 국장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층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지난 10월 초 ‘도곡동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내용의 포스코 내부 문건을 봤지만 이를 덮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민주당은 30일 안 국장이 ‘제3의 인물’을 통해 주 장관에게 탄원서를 보냈다며 이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안원구 “도곡동땅 문서 봤다”

 ▲ 안원구 국체청 국장
A4 용지 7장 분량의 이 편지는, 동향(대구) 사람으로 평소 친분이 있는 주 장관에게 “진실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들어달라”고 당부한 2장짜리 인사말과, 2007년 말~2009년 9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첨부자료 5장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첨부자료 5장 중 3장 이상을 자신의 좌천에 대한 부당함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고, 나머지 2장에선 도곡동땅과 관련한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너무 민감한 내용이라 며칠 동안을 고민했다”는 말로 운을 뗀 도곡동땅 관련 대목은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보다 좀 더 상세한 정황을 기록해 놓았다. 안 국장은 이 편지에서 지난 6월 안동범 국세청 감찰과장이 자신을 찾아와 “대구청장 시절에 엠비(MB) 관련 뒷조사를 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명예퇴직을 종용했다고 주장한다. 안 국장은 이에 ‘대통령 뒷조사’ 소문을 해명하면서 “2007년 7~8월 P기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VIP와 관련된 ‘○○땅’에 대한 문건을 우연히 발견했다는 직원들의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문건은 P기업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것인데 문건을 본 순간 매우 당황하였다”라고 적었다. 그는 “그러나 공무원이 공무상 취득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엄청난 정치적 풍파가 일어날 것으로 판단해 담당직원들에게 철저한 보안유지를 지시했다”며 “이 일은 결과적으로 당시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금의 VIP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다”고 주장했다.
안 국장은 또한 “국세청은 감찰 직원을 대구에 보내 장승우 세무사(포스코 세무조사 당시 대구청 조사국장)를 직접 면담해 관련 내용 일체를 전해듣고 이를 문서화해 국세청 차장 라인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장 세무사가 감찰 직원에게 사실을 확인해줬는데도, 감찰은 여전히 자신을 반정부 인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장 세무사가 자신을 만나 “감찰 직원이 ‘안 국장이 ○○땅에 대한 내용을 덮으려고 한 사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했지만 안 국장이 ○○땅과 관련해 모든 사안을 덮은 게 사실이라 (나는) 감찰 직원이 요구했던 확인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편지받았으나 관여 안 해”

문제의 도곡동땅은 무엇?

BBK 실소유주 의혹 푸는데 핵심열쇠

문제의 도곡동 땅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 사장이던 현대건설이 1977년 상반기에 사들인 것으로, 그 뒤 85년 이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와 큰형 이상은씨에게 15억여원을 받고 팔렸다. 이 대통령은 이때도 현대건설 사장이었다. 10년 뒤인 95년 9월 김씨와 이씨는 이 땅 모두를 263억원을 받고 포스코개발에 판다. 두 사람은 247억여원의 차익을 남긴다.
도곡동 땅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막바지인 2007년 7월 박근혜 후보 캠프 상임고문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이 ‘이명박 후보가 국회의원 때인 93년 또는 94년 세 번이나 찾아와 ‘(이 땅이) 내 땅인데 포철이 사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고 차명재산 의혹을 제기하며 경선 판도를 좌우할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김 전 회장은 98년 포항제철 경영관리실태 특별감사에서도 “도곡동 땅의 실질 소유자가 이명박씨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도곡동 땅은 93년 국회의원 재산공개 당시에도 차명 의혹이 일었다. 당시 몇몇 언론은 “이명박 의원이 도곡동의 시가 150억원 상당의 땅을 처남 등의 명의로 은닉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명박 후보는 2007년 7월19일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도곡동 땅은 나와는 관계가 없다. 돈이 내게 한푼도 안 왔다”며 “그 땅이 내 땅이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답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도곡동 땅에 대한 고소사건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이레 앞둔 2007년 8월13일 “이상은씨가 갖고 있던 도곡동 땅의 지분은 이씨가 아닌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면서도 “그 땅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는 모른다”고 아리송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후보 쪽의 이재오 전 의원 등은 당시 검찰 수뇌부를 찾아가 “이명박 죽이기 수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그해 12월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는 “이 후보의 소유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정동기 당시 대검 차장은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이후 민주당의 주장으로 실시된 특검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2월 “이상은씨가 매입 자금력이 있었고, 이후 매각대금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 그의 소유로 판단된다. 이 당선인 차명소유 의혹의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주 장관은 본국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 국장과는 나이가 한살 차이가 나 친구라면 친구, 선배라면 선배로 안면 있는 정도”라며 “편지를 받은 것은 사실인데 이후 지인을 통해 ‘국세청 조직의 일에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는 뜻을 전했고 이후 추가 조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주 장관은 또한 “이미 국세청에서 (안 국장과 관련해) 논란이 거셌는데 내가 어찌 정부 차원에서 이를 논의하고 관여하겠냐”고 해명했다.
한편, 도곡동땅 관련 내용을 담았으나 지면으로 보도되지 않은 <월간조선> 11월호 기사에서도 안 국장의 이런 주장이 똑같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데이저널>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 기사에는 ‘2007년 대선 당시 태풍의 눈이었던 도곡동땅의 진실’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도곡동땅 차명소유 논란이 처음 제기된 1993년부터 시작해 안 국장이 도곡동땅 문건 때문에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2009년까지의 상황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안 국장의 아내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로 나와 있는 전표를 안 국장이 2007년 포스코 세무조사 때 봤다는 주장과 관련, 이 전표를 본 사람이 안 국장과 장승우 당시 대구청 조사1국장 외에 더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표는 2007년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995년 포스코가 땅을 매입하던 당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편과 장 전 국장 외에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던 담당자 2명도 (도곡동 땅이 이 대통령 소유라는 내용의) 전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표는 2007년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새로 조사된 것이 아니라 1995년 거래 당시 작성된 원본 형태로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표를 본 직원들이 추가로 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국세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관련 의혹은 증폭될 전망이다.

 

안원구 죽이기

안원구 국장이 현 정권에 부담이 될만한 폭로를 할 조짐을 보이자 검찰 등 사정기관이 안 씨의 입을 막기 위해 신병을 국세청 내부의 파워 게임에서 밀린 안 국장이 스스로 조직을 떠나지 않자 ‘보이지 않는 손’이 안 국장을 밀어내기 위해 이번 작업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안 국장이 구속되게 된 검찰 수사는 사실상 국세청 감찰팀에서 자료를 만들어 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미 수사가 시작되기 전 국세청 고위 관계자들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국장은 참여정부 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으로 재직하다가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영전했다. 현 정권 이 출범한 이후에는 서울국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부임했다. 국세청 조직의 특성상 서울국세청 조사2국장을 지낸 인사가 세원관리국장으로 가는 것은 드문 일. 더구나 대구지방청장이 세원관리국장으로 발령난 것은 거의 두 단계나 하향전보 조치된 것이었다.

경북 의성 출신인 안 국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TK(대구·경북) 출신인 자신이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물을 먹은 모양새가 됐다.
국세청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안 국장이 밀려난 배경에는 국세청 내 ‘TK 적자’ 자리를 둘러싼 파워게임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 국장이 또 다른 TK 실세로 통했던 L 씨에게 밀리면서부터 당시 한상률 청장도 그를 멀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참여정부 시절 국세청장에 임명됐던 한 전 청장은 정권이 바뀌자 ‘좌불안석’했고, 이 과정에서 TK 출신들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게 국세청 내부의 정설이다. 안 국장은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한 전 청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자신을 헌신짝 버리듯 멀리하자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었다고 한다.
이후 ‘그림 로비’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한 전 청장은 불명예 퇴진을 했고, 전(前)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던 안 국장은 ‘그림 로비’ 발설자로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안 국장은 이때부터 국세청 고위층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았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특히 그는 “그림 강매 의혹은 일부 언론의 취재과정에서 불거진 것일 뿐 나와 아내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한 국세청이 자신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미국 대기 발령을 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국장은 인사에 강한 불만을 품으면서도 미국 파견을 가기 위한 필수조건인 영어시험을 준비하는 등 ‘오기’를 보였으나 몇 개월 동안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 이에 국세청은 다른 사람을 대신 미국으로 발령냈고, 안 국장에게는 사퇴를 종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안 국장은 사퇴 종용을 거부하면서 끝내 영어시험에 합격했고, ‘명예회복을 위해 반드시 미국에 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국장이 뜻을 굽히지 않자 국세청은 안 국장을 내보낼 만한 ‘특단의 카드’를 내세웠고, 결국 그것이 이번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안 국장의 아내가 운영하는 모 갤러리를 압수수색해 미술품을 산 기업들의 명단을 입수했다. 수사 초기에는 해당 기업들이 약속이나 한듯 모두 대가성을 부인해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 건설사와 모 중공업 관련자들에게서 일부 대가성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수사가 다시 급물살을 탔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기업 관계자들의 증언까지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검찰이 안 국장을 긴급체포한 이유와 관련해선 갖가지 뒷말이 나돌고 있다. 수사진은 “체포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정당국 일각에선 검찰이 안 국장을 긴급체포하게 된 데에는 그의 입을 막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안 국장의 폭로가 잇따르자 정가에서는 '안원구 국장은 범죄자'라는 식의 주장으로 안 국장을 궁지에 몰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원구 국장이 삼성 X파일을 폭로했다 본전도 못 건진 김용철 변호사나 지난 대선 당시 김경준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와 한상률 입맞춤

한편 지난 26일 미국 유학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연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기자회견 배경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상률 전 청장은 그림로비 사건으로 청장에서 낙마한 이후 사실상 도미, 현재 뉴욕대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연수 중이다. 그동안 한 전 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됐던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도 일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안원구 국장의 폭로 이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지난 26일 뉴욕에서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그동안 자신과 관련한 숱한 의혹들이 제기되어도 묵묵부답이었던 한 전 청장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선데이저널>의 취재 결과 한 전 청장의 기자회견은 현정권 최고 실세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미국에 다녀간 이후에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진의 취재에 따르면 박영준 차장은 지난 19일 미국 워싱톤으로 출국해 25일 한국에 귀국했다. 박 차장이 미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박 차장이 미국에 다녀간 이후 절묘하게도 한 전 청장이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박영준 차장은 한상률 전 청장이 정권 교체 후 청장으로 유임되기 위해 그림을 전달한 실세로 알려져 있다. 즉 박 차장도 이번 의혹의 핵심에 서 있는 것이다.  

 

-썬데이저널에서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