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방장산
▲장성갈재 도로변에 조성된 통일공원 모습
오늘은 방장산이다. 방장산은 내장산에서 백암산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상왕봉을 거치면서 서쪽으로 입암산을 솟게 하고 장성갈재를
넘어 전남'북의 경계에 다섯 개의 크고 작은 봉으로 솟아 있는 산으로, 원래 봉래산, 영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중국의
전설상에 나오는 신령스러운 산 이름이다.
방장산은 지리산 무등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추앙 받는다고는 하나 그 중 지리산을 이미 방장산이라 일컬었고 산세는 육산의
능선으로 삼신산다운 신령스러움을 느끼기에는 조금은 미진하고 평범한 산이다.
토산에 뭍혀 부산에서 07:00에 출발하여 남해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백양사I/C 빠져나와 목포에서 북한의 신의주를 잇는 우리나라
첫번째인 1번국도를 타고 장성갈재에 닿는다. 주위에는 통일공원이 아담하게 조성되어있고..
11:16 갈재에 도착하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눈이다. 아무도 밟지않은 눈이 우리를 반긴다. 여태 왔든 눈에다
어제밤에도 눈이와서 어제까지의 발자욱은 모두 덮어버렸다. 눈은 나무 위에서는 햇볕에 떨어져 내렸고, 바닥에는 발목이 빠질
정도로 쌓여 있다. 호남 고속도로가 뚫려 있어, 1번 국도인데도 차량 통행은 한산한 이곳이 들머리로 전남'북 도경계지점으로,
전북 정읍시 입압면과 전남 장성군 북이면의
입간판 앞에서 산행준비와 상견례마치고 서쪽으로 향한 임도의 차단시설이 있는 지점에서
오른쪽 방향의 산길로 들어선다(11:25).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등로에는 많은 눈이 쌓인데다 급경사여서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조릿대 숲은 눈이 하얗게 덮고 있다. 아무도 지나간 흔적없는 눈길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기를 20여분만에 첫번째 안부에 올라선다.
안부를 지나고 2분 후엔 성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도 지나 30여분을 더 오르면 잘 다듬어진 묘 한기가 이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고흥유씨의 묘,(12:19) 오른쪽 위로 조망이 열리는 전망바위가 있다.
우리가 올라온 길 건너로 입압산의 줄기가 백암산으로 이어져 나가고 고창의 들녘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전망바위 버리고 오르던 길 직진으로 또 다시
오름길이다. 그리고는 다시 지나온 고도가 아까울 정도로 깊은 계곡으로 떨어졌다
다시 숨가쁘게 솟아 오르니 734봉이다. 산은작아도 고도차가 만만찮다고 하더니...ㅎㅎ
상고대 터널이다. 잔가지에 투명하게 매달려 있는 상고대는 섬세하고 우아하다. 푸른 하늘에 비친 상고대가 보석처럼 빛난다.
눈꽃의 순결한 아름다움이 백설공주 같다면 상고대의 섬세하고 우아한 품위는 기품 있는 여인의 자태다.
734m봉 정상(12:25)도착, 암봉 사이에 스텐으로 된 표지판이 있다.
봉의 이름이 '서래봉' 혹은 '쓰리봉'이라고도 불리고도 있으나 '서래봉'이나 '서리봉'을 잘 못 발음하여 그렇게 부르지
않나 생각하고.. 그러나 누라에겐 봉우리3개가 나란이 서 있어니 쓰리봉이라고...ㅋㅋㅋ
734봉에서 내장산군을 마주한다 능선, 파도의 일렁임이 잔잔해 역동적인 느낌은 적다.
능선은 몇 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봉수대에서 문바위재를 너머 방장산, 벽오봉으로 굼실대며 물결쳐 나가고 사방 조망은 탁 트여
보는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쓸어 준다. 눈 아래 신평제(堤)의 저수지가 하얀 솜이불을 덮고 깊은 겨울잠에 빠져있고 저수지 아래 들판
한켠으로 올망졸망 이마를 맞대고 모여 앉은 마을이 한가롭다. 산허리를 감고 도는 임도가 산비알을 휘감아 돌고...
들판을 가로질러 산을넘은 길들이 뻗어가고 들판은 한가한 겨울잠 이다.
상고대가 피어있는 나무 뒤로 정상으로 통하는 능선이 곡선을 그리고... 호남고속도로와 호남선 철로가 형제 마냥 사이좋게 지나간다.
상고대와 함께 이런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산객의 마음은 이미 부자가 된다.
쓰리봉을 지나 잡목과 조릿대로 어우러진 눈쌓인 좁은등로를 헤치고 오르막을 치달으면 봉수대
봉우리다.(13:15)
이 곳은 방장산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헬기장도 겸하고 있는듯 하다. 지금까지 보아온 장성과 정읍, 고창을 아우러는 모든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둑판처럼 정리된 고창의 들녘이 한 눈에 들어오고 모여앉은 농가 마을이 정겹고도 평화롭다.
산 아래의 인간세상도 온통 설국이다. 눈 덮인 마을은 동화 속의 마을이고. 온 산이 잿빛 나무와 흰 산비탈로 무채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들에는 흰 눈이 덮혀 풍성하고 포근한 한겨울의 경관을 펼쳐주니,
한폭의 겨울 수묵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넓직한 공터 한켠에는 비박을 했는지. 이 시간에도 텐트를 치고 안에서 오찬을 즐기고 있는 산꾼들이 보인다.
대체로 방장산 줄기는 육산의 능선으로 이루어진 산이나, 쓰리봉을 비롯하여 정상부분에는 아기자기 모여선 기암괴석들이 새로운
맛도 보여준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고, 가끔 눈으로 눕혀진 산죽이 길을 막기도 하지만. 바람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고요한 산길을 걷는다. 눈 덮인 고요한 산 속으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벗이 된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은 고개를 떨구다 치켜 세우다를 반복하며 제법 인내와 체력을 요구한다.
올망졸망한 암릉길 올라 방장산 정상,(13:41)도착, 742,8m의 정상표지판이 서있다.
방장산은 전형적인 육산임 에도 바위산 못지않게 힘찬 기운과 뛰어난 조망을 자랑하고 있다.
우두머리를 일컫는 '방장'을 이름으로쓰는 산답게 전남과 전북을 가르며 우뚝 솟구친 이 산은 북동 방향으로
봉수대와 734m봉을 거쳐 장성갈재로 산줄기를 뻗어나가고, 남서쪽으로는 벽오봉을 거쳐 양고살재로 이어지면서 거대한 장벽을
형성하고 그 사이 장성갈재와 노령으로 연결되는 입암산을 비롯한 내장산 국립공원의 산봉우리들과 멀리 담양호 주변의
추월산과 강천산이 바라보이고, 서쪽으로는 고창벌이 내려다보이는 등, 사방으로 멋진 조망을 선사한다.
정상은 들머리 장성갈재에서 4km지점이고 진행방향으로 2.2km를 더 가면 벽오봉이다.
정상을 돌아 눈덮힌 바위에서 누라와둘이 점심보따리를 푼다.
정상에서 고압 송전탑을 지나 한참 내려오면 좌측 임도와 만나는 고창고개다.(14:24) 고창고개에서 북쪽 골짜기로 내려가면 용추폭포로 해서
가평리로 내려갈 수 있고 벽오봉쪽으로 조금 더 가서 남쪽 골짜기로 내려가면 방장산 자연휴양림으로 갈 수도 있다.
고창고개에서 좌측으로 임도를 버리고 곧장 능선길을 가다 산비알을 타고 나가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개활지 언덕, 벽오봉(640m)이다.(14:35)도착, 바로 아래로 고창읍내가 자리잡고 있고,
읍내의 한쪽으로는 희끄무레한 띠 모양의 고창읍성이 보인다.
모양성 으로도 불리는 고창읍성은 전국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성곽으로 여자들이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밟으면 무병장수하고 죽어서 극락에 간다는 전설과함께 독특한 성밟기
풍속이 전해오는 곳이다. 전주 이씨묘를 지나 10여분이면 좌측으로 방장동굴가는길이 열려있으나 그냥 지나간다. 우측70m 지점에 옹달샘이 있음을 이정표는 일러주고, 15분후에는 능선길 양켠에 의자를 비치 해 두어 쉬어갈수 있게 배려해 두었다.
눈길 따라 순백의 길을 걷는다. 키 작은 싸리나무에 핀 백합 같은 상고대가 귀엽다. 우아한 상고대와 순백의 눈길이 맑고 순수한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완만한 내리막의 포근한 눈길을 따라 걷는 발길이 가볍다.
저 아래로는 양고살재를 지나 고창읍으로 넘어가는 산비탈의 꼬부랑길 15번국도 도 보인다.
양고살재는 병자호란 때 고창 출신 무장인 박의(朴義)가 청태조 누루하치의 사위인 양고리(楊古利)를 살해했다는 고개다.
나목 사이로 수줍은듯 보일듯 말 듯한 방장산휴양림이 편안이 자리잡고...지나온길 되돌아보니 저 선경(仙景)속을 누라와 둘이 걸었다니...ㅎ
15:00 배너미재 도착, 직진하면 방장사거쳐 양고살재로 가는길 이고... 우리는 좌측 자연휴양림 방향 내림길로 내려선다.
아무도 밟지않아 쌓인눈길은 무릅까지 빠진다. 경사가 심해 위험하다. 조심 조심 10여분만에 휴양림도착(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