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여행

육백산과 무건리 이끼폭포

서석천 2009. 8. 30. 19:50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에 원시적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이끼폭포가 있다는 소문에 오매불망 그리든 차에 마침 토산에서

 산행계획이 잡혀있어 토산에뭍혀 다녀오기로 한다. 성황골 계곡은 일명 '이끼계곡'으로 알려져 있는 신비의 계곡이지만...  사실 전국적으로 이름난 이끼폭포는 이곳 외에도 지리산 뱀사골 인근의 실비단폭포와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장전계곡의 이끼폭포,
설악산 가리봉 이끼폭포 등 2~3곳이 더 있지만 무건리 이끼폭포의 경우 한꺼번에 3개나 볼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렸다.
부산에서 360㎞나 떨어진 오지마을 이므로 대중교통 이용은 상당히 불편하여 가 볼 엄두를 내지 못해 앤디님과 몇명

어울려 올 여름에 같이 가기로 약속도 해 두었는데... 마침 토산에서 기회를 마련해 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누라와함께 집을 나선다.

"태평양관광" 회사에서 오늘은 특별히 배려하여 버스2대를 배차 해준다. 예전에 없든 호의에 감사할 따름이다.(90명)
나와누라는 1호차, 앤디님은 2호차에 자리가 배정되어있다. 부산진역 에서 06:30에 출발하여 부산I/C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상 건천I/C빠져나와 영천I/C진입하여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거쳐 7번국도로 영덕-울진으로 진행중에는 먹구름으로 비를 뿌리고...
아~!!! 오늘도 우중산행인가?  잠시후 비는 거치고 흐린날씨지만 많은 비가 올것 같지는 않습니다.

걱정중에도 애마는 쉬지않고 울진지나 삼척에서 태백으로 넘어 초입을 찾는데 조금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무난한 진행이 이루어져 삼척시 도계읍 황조리에 위치한 강원대학교 삼척제2캠퍼스 본관건물앞 11:40 에 도착한다.

산행 들머리는 대학위쪽 캠퍼스를 휘돌아 끝 지점에 임도와 등로가 나타납니다. 우측 등로입구에서 누라 올때를 기다리다 일행들을 모두 보내고 맨 후미에 붙어 오릅니다. 산쪽으로 오르다 우측에 보이는 능선으로 올라서니 간간히 육백산 방향 이정표도 보이는
완만한 경사의 숲속 길이어서 산행하기에는 참 좋은 전형적인 육산을 20여분 오르니 임도를 만난다.
여기서 임도를 가로질러 능선으로 올라야 하고 희미한 산길을 보슬비를 맞으며 옅은 안개속을 주위에서 지저귀는 산새소리를

들으며 걷자니 이곳이 오지임을 실감케한다. 길은 거칠다가 때론 좁은 등로도 만나고 쭉쭉뻗은 낙엽송 숲도 지날무렵

앞서가든 산우님이 뚝!!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빳빳하게 넘어져..(12:15) 뒤에서 밭쳐 등로에 눞히니 눈이 허옇게 되면서.. 입에선 거품을 물고.. 우측팔이 경련을 일으키니... 간질증세 인줄 알고 놀라서 앞서가는 일행을 불러 세우고 환자를 보살피게 하고...
앞서가는 집행부 임원을 찾으려 달려가 바다님에게 상황을 예기하니 바로뒤에 산행가이드 호미님이 오고있다고..

그냥 진행하잡니다. 잠시후 육백산 턱밑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이곳 이정표에 우측은 육백산, 좌측은 응봉산이다.

우측으로 육백산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와서 응봉산 방향으로 가야한다. 우측 육백산을 향해 힘차게 오르니 누라는 벌써 선두에서    육백산을 접견하고 내려오고...
 출발부터 꼴찌에다 환자발생에 지체하다 보니 오늘은 누라 따라잡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육백산 정상엔 앞서간 산님들로 북적입니다. 앤디님도 보이고... (12:23)정상(1244m)에서 증명사진 담고 사방을 둘러보지만 육백산 정상은 좁은 공터이고, 풀과 잡목으로 조망이 답답한데..

어느 설명에는 정상부가 육백마지기는 됨직한 평지라 육백산이라고 한다는 말이 무색하고 동해바다 도 보인다는데~??? 

옅은안개마저 끼어서 시계는 제로상태~~ 
조금전 삼거리로 되돌아(12:28) 내려와 응봉산 방향으로 넓게 잘 만들어진 임도를 타고 가는데, 육백산은 임도가 잘 발달되어 있고
시야가 트여 길을 잃을 염려는 없는 산이다. 경사도 완만해 가족산행 실버산행지 로도 적격이다. 어느 계절, 어느 때 찾아도 등반인을 즐겁게하는 너른가슴을 지닌  산 다운 곳이다. 우측 건너로는 응봉산으로 보이는 두루뭉실한 봉우리도 보이고....
낙엽송이 멋스럽게 조림된 널따란 공터를 지나 보슬비를 맞으며 옅은 안개속을 희미한 산길을 이어가면...
잠시후(12:34)육백산에서 마교리방향 임도에 도착하여 임도로 4분여 만에 커다란 육백산 산행안내판이 서있는 임도상의 장군목에 도착한다.

여기서 우측 임도를 따라가면 응봉산이 1.7km로 왕복1시간 거리고.. 임도에서 좌측숲 마교리방향으로  능선에 올라 북진하면
이끼폭포 가는 능선길이다. 길은 모처럼 오봇한 솔향기가 나는 산길로 이어지면서 융단을 깔아놓은듯 솔잎이 쌓여 걷기에
편할뿐아니라 이제까지 걷던 산길과는 달리 모처럼 널따란 길로 이어진다.

이제 좌측숲길 이끼폭포 가는길로..

가는길에 육백지맥 주능선만 고집하며 몇 개의 봉우리를

 넘고, 좌측으로 떨어지는 능선으로 들어서서, 내려가는

등로 좌측 골짜기 건너에 큰 봉우리는 삿갓봉 능선 같은데... 그렇게 긴가민가 하며 내려서니 이제 마지막 능선상 삼거리 여기서 그냥 능선을 이어타면 핏대봉으로 이어지지만...
우리는 좌측으로 내려오니 폐가(14:24) 가 보이니 부근이 절터인것 같고.. 건너편엔 삿갓봉 능선이 멋지고 그 사이 협곡이 꽤나
깊어 보인다. 

저 협곡상단에 지금 우리가 찾아가는 이끼폭포가 있겠지.. 이제 무명봉을 내려서면 임도가 나타나는데 왼쪽으로

가면 이끼폭포 가는 험로가... 오른쪽은 비교적 좋은 길이 있습니다...
급경사 사면을 지나 조금 진행하면 임도삼거리에서 좌측

으로 이끼폭포 가는길인양 많은리본이 안내를 해 준다.

좌측으로 급경사 사면을 내려가니 폭포방향 계곡으로 가는 길목엔 22회 졸업생을 내고 1994년에 페교된 소달초등학교 무건분교
폐교안내문을(14:40) 지나니 이끼폭포 가는 들머리 인가 봅니다. 등로에는 시그날이 달려있는걸 보니...
이끼폭포 들머리는  이정표가 없으니 리본을 보고 찾아 들어 갔다가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합니다. 오솔길을 따라 급한 내리막으로

계곡으로...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한참을 내려가다보면 아직 보이지는 않는데 물소리부터 들려온다.

다 왔는가? 하는 마음에 발걸음이 조금 더 급해진다. 물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이제 숲속 나뭇가지 사이로 언듯 언듯 이끼폭포가 보인다.... 마침내 도착한것이다.

잠시만에 이끼폭포, (14:48)도착하면 시야로 들어오는것은 믿어지지 않은 천국의 모습. 연초록 가득한 높이 7~8m되는 절벽위로

여러갈래 물줄기가 흘러내려 청초록빛 은은한 말간 소(沼)위로 떨어진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중단이끼폭포는 가뭄에 수량이적어 아쉽지만 그래도 천신만고 끝에 보는것이 눈맛이 시원하고...
폭포 오른쪽 높이가 10여m나 되는 산비탈은 온통 진한 초록의세상. 이곳에는 두 개의 물줄기가 가늘게 흘러 초록의 이끼에 생명을
불어넣으니 잘못 다가갔다가는 바스러질것같은 초록정령에... 감히 그곳에 발을 얹을 용기가 나지않는다. 
 

정신을 수습하고 눈길가는데로 샷터를 눌러댑니다.ㅎㅎㅎ 아래쪽으로 눈길을 주니 이끼폭포 가운데 가장 아래쪽에

있는 하단 이끼폭포 아래로는 수시로 바윗덩이가 굴러 떨어지는 위험구간이라  통행금지 위험표지가 걸려 있습니다. 계곡따라 내려 갈려면.... 자일도 필요하고 ... 시간도 엄청 필요하고... 저리로 내려가면 성황골로 내려가는 계곡인데... 모른척하고 상단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상단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밧줄에 의지해 올라야 합니다. 폭포옆으로 폭포 상단으로 오르는 로프를 타고 조심스럽게 폭포 위에 오른다음 30여m 앞에 무건리 이끼폭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용소폭포를 만납니다.
양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마치 신비의세계로 들어가는

마법의통로 같다. 용소폭포라는 이름을 가진 이 세번째

상단 이끼폭포는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계곡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데다 왼쪽의 검푸른 용소, 그리고 동굴처럼 생긴 용소굴

중간 바위벽을 뚫고 쏟아지는 용굴수와 어울려 이제껏 보지 못한 천혜의 원시적 비경을 보여준다.
들어오는 빛이 적어 어두컴컴하지만 그만큼 차가운 냉기와 신령스러움까지 내뿜는 신비의 이끼폭포다.

이곳에서 사진몇장 담고 쉬었다가 이제 계곡에서 탈출할 시간, 용소폭포에서 되돌아 나오면 오른쪽 급경사 오르막으로 난 탈출로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급경사길.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추락하기 쉽다. 이런 길을 100m가량 올라서야 비로소 확트인 능선위 도라지밭에 이른다. 그 가파른 길을 올라가니 앤디님과일행 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편안한 길이다.
 임도까지 올라 넓은 임도를 따라 지나온길을 내려갑니다.(15:20) 도로따라 내려가며 다시본 삿갓봉이 멋지고...
임도는 계곡 바로옆에 조성된게 아니고 아주 높은 곳에 조성되 성황골 골짜기의 참맛을 보여줍니다.
임도는 우측 산허리를 돌아 또다른 계곡을 따라 이어지고 하산길 임도를 조금 지나니 시멘포장로 로 바뀌고 (15:54)폐가옥이 보이는 큰말을 지날때 때 왼쪽 계곡으로 떨어지는 갈림길이 보인다. 이 지점이 바로 일반적인 이끼폭포 탐방때 임도를 따라 올라와서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로  중단폭포에 닿을 수 있는 길이다.
시멘포장 임도를 2㎞가량 따라내려오니 무건리 이장댁과 임도 차량 차단기도(16:00) 지나...  석회석 탄광 광구도 몇 개 지나고
(16:20)에는 태영EMC 삼도광업소 지나 타고온 버스에 도착하니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산이 별산 있겠냐만, 오지에산 때묻지않은산 이라는것 말고는 내 세울만한 자랑꺼리 없는 산속에서 너댓시간 가까이 헤매다가,
그래도 길 잃지 않고 이끼폭포까지 친견하고 내려 왔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2009/8/29

 

  후미그룹이 도착할때쯤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나를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산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산우 한분을 잃었습니다. 출발한지 25분여 만에 넘어지는 산우를 밭쳐 뉘어놓은 그분이...
  심장마비로 돌아오지 못하는 그길을 자연의품속에서 고통없이 영면의 길로 떠났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분이지만 고인의 죽음 앞에 명복을 빕니다.
  오늘아침 집을 나설때 님의 머릿속은 온통 무건리 이끼 폭포만을 생각했겠지요
  무엇이 그리 급해 가는 길을 그렇게 서둘러셨습니까
  님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놓기엔 제 가슴이 너무작습니다.
  나를 속상하게 하려고 작정 한것 같은 님은 그대가 그토록 좋아하든 산길 외진  풀섶에서
  편안하게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둔채...  
   부디 모두 잊어시고 편히 잠드소서....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