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핵'안보"

"지난10년 북(北)지원 돈 핵(核)무장의혹"

서석천 2009. 7. 9. 08:13

이(李)대통령, 외신 인터뷰 햇볕정책의 문제점 정면으로 제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북한에) 지원했으나 그 돈이 북한 사회의 개방을 돕는 데 사용되지 않고 핵무장 하는 데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7일 유럽의 유력 뉴스전문채널 '유로뉴스(Euro News)'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가) 북한에 경제적 도움을 많이 준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동안 대북 현금 지원의 핵무장 전용 가능성을 이처럼 직설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지난 10년간 북한을 많이 지원했음에도 불구, 북한은 결과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었고 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대북 신뢰도는 이전보다 많이 후퇴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은 우선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지난 정부와는 확실하게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나라 안팎에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좌파들과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지난 정부에서는 북한과 대화가 이뤄졌는데 이명박 정부는 대북 강경노선만 채택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이야말로 북한 핵무장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근본적 결함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성을 느껴왔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북한은 장거리로켓을 개발하는 데 5억~6억달러,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8억~9억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리가 준 현금이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똑같은 물을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 돌이켜 보면 (대북 현금 지원이) 결과적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만들고 핵을 개발하는 데 쓰인 것 아니냐"면서 "그것이 바로 평균적인 국민 의식이고 세계적인 인식"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이 핵을 실제로 포기하지 않는 한 개성공단과 인도적인 지원 등을 제외한 현금이나 현물지원은 금지하겠다는 대북원칙을 다시 한번 못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과'가 따르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어설픈 지원을 다시 약속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질문에 "가장 폐쇄된 나라의 지도자"라면서 "모든 나라가 개방화와 국제공조를 통해 발전하고 있는데 북한은 완벽하게 폐쇄된, 우리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라고 했다.

통일부 등 정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남한이 북한에 준 현금은 총 29억달러(약 3조6000억원)이며 이 중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2000년과 2007년에만 12억1215만달러(약 42%)가 넘어간 것으로 8일 집계됐다. 남한은 2000년 정상회담 대가로 4억5000만달러를 비밀리에 송금했으며 같은 해에 금강산 관광 대가 1억4000만달러, 상업적 교역 6000만달러 등 6억5565만달러를 북한 손에 쥐여줬다.

2차 정상회담이 열린 2007년에는 상업적 교역 5억달러와 개성공단 임금 1703만달러, 금강산 관광 3839만달러, 사회문화교류 지원 108만달러 등 5억5650만달러가 지불됐다.

지난 10년간 현금 지원액 29억222만달러는 상업적 교역이 18억39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금강산·개성관광 대가 5억3890만달러, 개성공단 임금 4429만달러, 사회문화교류 지원 4억8003만달러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10년간 현금과 현물을 더한 대북 지원·경협의 총 규모는 69억5950만달러(8조6800억원)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