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방

[사설] 국회 밖의 힘으로라도 국회 폭력 악순환 끊어야 한다

서석천 2009. 3. 5. 20:50
김경한 법무장관은 3일 국무회의에서 "입법부의 자율권을 존중해 최대한 자제해 왔지만 국회에서의 폭력적 행태가 한계를 넘어서고 있어 엄정한 대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발표한 '국회폭력에 대한 방침'에서 "소속 정당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일반 형사사건 절차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법무장관이 입법부를 향해 이처럼 조직 폭력배 일제 단속 같은 경고를 보내는 나라는 세계에 없다. 그런데도 어느 국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올 것이 왔고 나올 말이 나왔다는 생각이다.

우리 국회 폭력은 심각하다. 우리 국민 소득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후진국에도 국회에 해머와 전기톱 등 갖가지 흉기들이 등장하거나 국회 안에서 의원 보좌관과 정당 직원들이 국회의원의 목을 조르고, 입법활동에 불만이 있다 해서 국회 안에서 의원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는 나라는 없다. 국민 소득은 선진국 문턱을 밟고 있다지만 국회와 국회의원 수준은 완전 후진국이고 그런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차갑기 그지없다.

지금의 국회 폭력이 무서운 것은 폭력 자체가 두려워서만이 아니다. 폭력으로 말을 대신(代身)하는 국회는 국민의 무시를 받고, 국민의 무시를 받는 국회는 그 존립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회는 국회의 권위, 국회의 존립을 위해 이런 폭력을 향해 자위권(自衛權)을 행사해야 한다. 국회의 자위권은 국회의원의 행동 기준과 윤리를 벗어난 의원에 대해 국회 스스로 엄정하게 징계하는 것이다. 징계의 마지막은 의원 신분을 박탈하는 것이어야 한다.

최근 국회 윤리위 소위(小委)는 지난 연말 해머로 외통위 회의실 문을 부쉈던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국회 회의장을 돌며 집기를 부쉈던 민노당 강기갑 의원에 대해 출석정지 1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한달간 국회 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한달 월급을 절반 깎는 조치다. 윤리위 측은 이 솜방망이 징계를 놓고 "유례가 없는 엄벌"이라고 했다. 전례를 보면 그것마저 앞으로 윤리위 전체회의, 본회의에서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1996년 15대부터 17대 국회까지 12년 동안 윤리위에 올라온 94건 중 단 한건도 실질적 제재가 이뤄진 적이 없다.

검찰은 국회 폭력은 민주주의의 공적(公敵)이라는 각오로 수사해야 하고, 법원도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폭력에 의해 짓밟힌다면, 그 법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사법부도 언젠가는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결국 민주주의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이 문제를 대해야 한다. 이제 사법부가 국회 폭력의 악순환을 매듭짓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입력 : 2009.03.04 22:21 / 수정 : 2009.03.04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