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계방산
오늘은 멀리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계방산(1,577m)으로 간다. 계방산은 평창군과 홍천군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한에서는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 다음으로 다섯번째 높은 산이니 조금은 겨울모습 기대하고. 입춘,우수지나 내일이 3월이니 이 겨울의 설경산행도 끝물이겠다 싶어 계방산으로 겨울나들이를 나섭니다.
거리가 먼 관계로 부산에서 아침7시에 출발하여 대동I.C⇒신대구부산고속국도⇒경부고속국도, 금호J.C⇒중앙고속국도상 안동휴게소에서 잠시정차하고... 만종J.C⇒영동고속국도상 평창휴게소에서 잠시정차. 속사I.C(11:25)통과하고⇒I/C 나오자 바로 좌회전하여 진부방향으로 6번국도로 가다 31번 지방도로로 바뀌고 이정표따라 가며 차창밖으로 희끗희끗보이는 산자락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우측 이승복 기념관 지나면서 꼬불꼬불한 재를 힘겹게 오르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차량이 통과할 수 있는 높은곳,[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 장돌뱅이들이 나귀를 끌고 봇짐을 진 채 넘나들든 운두령에 (11:35)에 도착한다.
한반도 중부를 거침없이 가로질러 달려온 북서풍은 이곳에서 첫 장벽으로 맞닥뜨리는곳, 구름 雲 자를 머리에쓴 운두령(雲頭嶺)이란 고개 이름도 필경은 남동풍이나 북서풍과 더불어 툭하면 구름장이 넘나들든 데서 연유한 이름일 것이다. 그러므로 계방산 정상 근처는 항상 설화가 피어 있게 마련이다. 산행 들머리인 운두령이 1089m로 해발이 높아 실제로 오르는 계방산 높이는 500여m도 채 안됩니다.
운두령 분위기로 봐서는 설경산행이 될지 아직 구분하기 어렵다. 노동계곡쪽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쪽 운두령쪽은 눈(雪)은 눈(眼)을딲고봐도 없고... 왼쪽에서는 말 그대로 북풍의 알싸한 바람도 스치지만 느낌은 상쾌하다.
주차장에서 산행대장의 주의사항과 아랫삼거리 주차장에서 16:30까지 도착하기로 하고 계방산쪽 폐침목 계단길로 입산이다.(11:40)
산행코스는 운두령-1492봉-계방산정상에서 A팀은고개삼거리-노동계곡-이승복생가-아랫삼거리로 하산하고...
B팀은 정상에서 우측으로1210봉-아랫삼거리로...
나무계단을 약30여m 오르니 유순한 육산길이 시작된다. 그런 길을 조금 오르고, 다시 평평한 길을걷고, 조금 내려 가고, 산대장의 뒤를따라 그냥 오르고 내려가길10여분만에 운두령에서 1km올라온 지점에서 첫 이정표를 만납니다. 정상까지는 2.9km남았음을 알려주고.....
계방산은 남한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산행기점이 1089m의 운두령이라 표고차가 크지않고 부드러운 능선과 유순한 산세로 어렵지 않게 오를수 있다.
계방산은 눈이 오면 겨울내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는산 인데... 쌓인 눈이 별로 없는것을 보면 금년 겨울에 눈이 별로 내리지 않아서 이쪽 등로에는 벌써 눈이녹아 등로는 질펄거리고... 내가 기대했던 계방산 설경은 하늘은 맑디맑고, 아직은 상고대가 남아있고 사방을 조망할수있는 그런 계방산을 그려보았는데... 역시 마음대로 쉽게 열어주지 않는군요...
조망도 없는 산길을20여분 오르니 운두령에서 1.7km 올라온 지점에 도착(12:00)합니다, 계방산 정상은 2.4km남았음을 이정목은 알려주고... 등로 좌측으로는 말목으로 로프로 엮은 안전시설이 되어있는 등로를 오르면 잡목사이로 우측에 계방산정상을 바라보며 오름니다. 13분여 오르면 이정표가 있는 둔덕같은 쉼터에 올라섭니다. (12:13)이정표에는운두령 2km, 계방산 1.9km를 알려주고 이곳을 지나기까지도 길은 여전히 완경사다. 아름드리로 굵은 굴참나무들이 간혹 서 있는풍광이 단조로운 둔덕을 넘어서니 등로좌우에는 잔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쉼터에서 깔딱고개를 30여분 오르면 1492봉에 도착(12:44)합니다,
이정목에는 운두령에서 3.4km지점이고 정상은0.7km남음을 알려줍니다. 1492봉에서는 동쪽으로 가야할 계방산과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이 선명하고... 서쪽으로는 보래봉과 회령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꿈틀거리는데 무엇보다도 조망의 압권은 남쪽의 산그리메 입니다. 그동안 지리산이나 덕유산에서는 이런 조망을 여러번 보았지만. 계방산에 올라 이런 절경을 보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기에 그 기쁨은 배가 됩니다. 계방산은 태백산처럼 높이에 비해 산세가 두루뭉실하여 산 그 자체만으로는 별로 볼만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남쪽자락에 "난 공산당이 싫어요" 항거하여 무장공비에 무참하게도 입이찢겨 죽음을 맞은 반공소년 이승복 생가터가 있어 청소년 교육장으로 널리 알려진 산입니다. 그러나 겨울이면 많은 적설량으로 인하여 설경산행의 대표적인 명산이 됐습니다.
상념속에 걷다보니 일행은 아무도 뵈이질 않고 혼자걷고 있습니다. 정상도 앞에보이는 지척이고 정상에는 바람도 있을테고...산님들로 북적일테고... 등로를 피해 한적한 곳 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아이젠도 착용하고 계방산 정상에 올라섭니다.(13:04)
예전에는 삼각점과 손바닥만한 표지석 뿐이었으나 지금은 제법 그럴듯한 표지석을 세워놓아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표지석을 넣은 증명사진을 담으려 차례를 기다리는 산님들과 단체사진 담고 개인사진담고... 질서가 좀 그렇군요...
완전 돗데기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차례기다려 겨우 표지석사진한장 담고 자릴 뜸니다.
주변에 사람들만 없으면 운치 있는 표석을 카메라에 잘 담을 수 있을 텐데 아쉬움을 남긴체...
그러나 조망만큼은 일망무제 그침이 없습니다. 와~!!! 산 많다. 산 밖에 뵈는 게 없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남쪽과 서쪽의 조망은 1,492봉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러나 북쪽으로는 소계방산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드러누워 있고, 환하게 펼쳐지는 시야에 하얀 눈이 덮인 능선이 첩첩이 포개져 누워 숨막히는 절경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파란 하늘아래 갖가지 모습의 먼 산들이 구름처럼 때론 연무처럼 때론 바다처럼 때론 산처럼 일렁이며 넘실넘실 산파도를 치고있다. 아름답고 호쾌하다. 오대산으로부터 이어지는 능선이 용처럼 꿈틀거리고, 동대산과 노인봉, 황병산, 대관령, 능경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온다.
북동쪽으로는 오대산의 비로봉을 비롯한 연봉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고... 그 밑으로는 선자령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가 유난히도 하얗게 빛납니다. 또한 남동쪽으로는 발왕산의 용평스키장이 조망되고... 북북서쪽으로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방태산도 조망됩니다.
계방산 정상에서 환상적인 주변조망에 넋을 잃었다가 다시 이제 본격적인 하산을 위해 제2야영장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겨울산행은 오르는 길보다 내림길이 몇배로 힘들고 위험하다 는것은 익히 알고있는터라, 정상 이후 동릉은 서릉보다는 좀더
급한 경사를 보이지만 정상 북동쪽 바로 아래의 짤막한 급경사 지점을 지나고 나면 여전히 순한 기복으로 능선이 뻗어 있다.
13:32에 정상에서 0.5km 지난지점에 이르니, 주능선을 10여분 걸어 제2야영장으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주목군락지이다. 이쪽은 응달이라서 눈꽃도 간혹 남아있고... 우측으로 급하게 꺽이며 주목 군락이 있는 노동리계곡으로 본격하산길을 잡는다.
하얗게 눈덮인 계곡은 깊은 겨울잠에 빠져있고.. 응달이라 아직도 엄청나게 많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계방산에 적설량이 많은
이유는 해풍과 대륙의 편서풍이 부딪쳐 눈이 쏟아지듯 내리고, 매서운 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내린 눈이 녹지 않는 지형적 특성 때문인데... 지금까지 산행을 하며 설화나 상고대 하나 없어 섭섭했는데 이곳에서 지천으로 쌓인 눈을 보니 생기가 돕니다.
진녹색 주목 군락에 백설이 앉아 겨울에도 푸른 절개와 하얀 백설의 순수함이 너무 잘 어울리니... 이렇게 순수의 결정이 계방산을 지키고 있으니.. 그 아래 사는 사람들은 심성이 맑고 착할 수 밖에 없겠고...
산객들은 주목 군락지 제일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사진들을 찍고 있는 모습이 보이지만... 여기서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면 일행들과 아래 삼거리 하산 목표지점에서 3 ~ 40분 차이로 만날 수 있을것이란 계산으로 소계방산에도 들렸다 올수있다는 유혹에 잠시 망설이다가 혹시나 늧어 다른일행들에 민폐 끼칠까봐 마음을 돌립니다.
주목군락지로 하산 하는 구간 등로는 마치 동계 올림픽 봅슬레이 경기장을 방불케 하네요. 이런 등로에 비료푸대 가지고 왔으면 힘 안들이고 눈 썰매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달려 갈 수 있을텐데...ㅎㅎㅎ
능선을 따라 내려 오는길은 바람이 눈을 실어다 모아 놓은 곳 이라 눈이 아직도 많이 쌓여있는 산길을 내려오면서 계곡을 12번이나 건넘니다. 하루 종일 햇볕을 볼 수 없는 심산유곡은 그야말로 하얀 백설의 세계입니다.
이따금 야생동물의 발자욱만 보일뿐 모든것이 적막하고 얼음밑으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만 들릴뿐..... 계곡모두 얼음과눈으로 덮여있어 건너는덴 아무 어려움이 없습니다.
(14:18)다소 지루한 하산길에 등로양옆 쭉쭉 뻗은 나무들의 키자랑하는 등로를 지날때 부터는 등로에도 눈은 없습니다.
때로는 딱딱한 지면이 아이젠을 착용한 발을 불편하게 하지만 이를 벗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계곡사이를 흐르며 얼음을 녹이고 있습니다. 눈이 내린 지 오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티끌하나
없는 순백의 눈을 보며 속세에 찌든 내 마음의 묵은 때를 날려버리고 싶습니다.
(14:27)정상에서 4.9km내려온 지점에서 제2야영장까지는 0.5km 남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나고 이어 계방산 등산로 입구
와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계방교를 건너면 바로 이승복 생가를 만납니다.
생가옆 검은대리석에는「평창군 진부면 노동리 이곳은 반공의꽃 이승복이 꿈을 키우며 자라던곳 발길을 멈추고 옷깃을 여미니
아! 지금도 들리네 "공산당은 거짓말쟁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그 용맹 그 외침 산울림이 되어 계방산을 흔들고 태백산을
울리고 공산당의가슴을 서늘케 울렸나니 꽃송이채 꺾여간 어린넋이여 자유의 불기둥이여」라 새겨져 있습니다.
안내판엔 가족 중 이승복군의 친형인 승원(학관)씨는 당시 15세로 공비에게 36곳이나 찔리는 중상을 입고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져 공비의 만행을 이웃에 알렸다 고 하는 내용에서 몰살된 가족이나 산사람 모두 겪었을
감당하기 힘든공포가 온몸으로 느껴지며 스산한 바람과 함께 북괴의 만행에 더욱 소름이 끼칩니다.
그때 36곳이나 칼에 찔린 학관씨가 1달뒤 신문기자를 만났다는 사실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은
조선일보 기자가 조작한 것이라는 설이 있었지만...
기자가 조작을 했는지는 몰라도 백설을 눈으로 보고 자란 계방산 자락의 9살 어린이라면"순수"그 자체라서 삶의 본능으로
연기를 할 정도의 영악함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고... 그 시절 학교에서 배운대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했을 것이다. 9살 어린이가
공비의 총칼앞에서 거짓말을 할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그것도 요즘 세대의 TV를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닌 1968년이라면... 만약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이제 50의 나이니까
그리 먼 과거의 사건이 아닌데도... 왼쪽으로 기울어진 세력들에게는 이 승복 어린이의 절규가 민족통일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거짓말로 단정하고 귀를 막고 싶겠지만 그들이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역사가 그들 마음대로 좌지우지되는
그런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것임을 명심 해 주었으면...
반공소년 이승복 생가를 둘러보고(14:35)착찹한 마음으로 아랫삼거리 주차장에 도착(15:00)하여 3시간20분의 산행을
접는다. 어쨌거나 오늘의 계방산엔 겨울은 저만치 가고 계곡에는 벌써 봄이 찾아 오고 있었고... 노동계곡쪽 산행로에는
아직도 많은눈이 쌓여 있지만, 운두령쪽 등로에는 눈이 녹아서 질척이고 있었고, 비록 내가 기대했던 설경은 없어도 내가좋아
하는것인 만큼 명산탐방에 의미를 두고싶은 즐거운 계방산의 하루였다.2009/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