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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에서 DJ는 YS에게 뭐라고 대답할까?

서석천 2015. 11. 29. 08:22

저 세상에서 DJ는 YS에게 뭐라고 대답할까?

김영삼 前 대통령의 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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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19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논의하기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조선DB

저 세상에서
DJYS에게 뭐라고 대답할까?1)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실장이 쓴 <YS의 노동개혁 실패, DJ 탓도 컸다>는 칼럼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외면한 채 이념 편향적, 극단적으로 달려가는 노동계의 이기적 행태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제 새벽 저세상으로 간 YSDJ를 만나면 물어봤으면 좋겠다. DJ가 대통령 된 뒤 왜 그리 민주노총 위원장을 노동부 장관 이상으로 대접해 줬는지, 이젠 전 국민이 노동자의 10%밖에 안 되는 노조의 노예처럼 될 판이라는 걸 알고도 그랬는지를.”
 
저세상에서 DJYS에게 뭐라고 대답할까?
 
YS는 구조개혁에 가장 성공한 대통령!
 
나는 YS가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구조개혁 의지가 가장 강했고, 구조개혁에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믿는다. YS는 한국경제를 IMF 관리체제로 몰아넣은 오점도 남겼지만 그의 개혁정신은 기릴만하다.
 
YS198323일간의 단식투쟁으로 민주화에 불을 지펴 19876·29 민주화선언을 이끌어냈고, 결과적으로 문민정부를 탄생시켰다. YS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여 공직자 재산 공개를 실현했다. YS는 전두환·노태우 두 군 출신 전직 대통령을 단죄하여 역사 바로 세우기주춧돌을 놓았다. YS빅뱅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의 금융개혁 같은 금융실명제부동산실명제를 도입하여 한국경제의 기반을 튼튼하게 다졌다. YS는 취임과 함께 세계화기치를 내걸고 한국경제를 과감하게 개방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OECD에 가입하여 선진국 문턱에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정권 말기에 YS는 노동개혁을 추진하여 노동시장 유연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DJ의 억지때문에 노동개혁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글의 목적은 YS의 노동개혁을 이야기하려는 데 있다.
 
DJ의 억지로 YS의 노동개혁은 백지화돼
 
YS는 취임하자마자 구조개혁 의지를 내세웠다. 그 일환으로 YS는 정권 말기 무렵인 19964신노사관계 구상을 발표하여 1990년대 초의 선진국들처럼 노동시장 유연화 계획을 세웠다. YS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도입하여 노동관계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개정의 주요 내용은 변형근로시간제와 정리해고제 입법화, 파업 요건 강화, 무노동무임금 법제화,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등이었다.
 야당과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어쩔 수 없이 YS의 신한국당은 19961216일 이들 법안을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당시 김대중 대표가 이끈 평민당은 기를 쓰고 반대투쟁에 나섰다. 노동계가 합세하여 총파업투쟁으로 이어졌다. 이를 버티지 못하고 YS는 노동관계법 개정을 백지화시키고 말았다. 지금도 아쉽게 생각되는 개혁 의지 포기다.
 
1997년 중반 동남아로부터 솔솔 불기 시작한 금융위기 바람을 막고자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썼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국경제는 1997123IMF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IMF는 한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YS는 대통령 당선자 DJ에게 대통령직을 미리 인계했다. DJIMF의 요구를 따랐다. DJ19982월 정권 인수와 함께 국민의 정부 품질혁신을 위한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노동개혁이 들어 있다.
 
DJ의 노동개혁은 한국 노동시장을 경직시켜!
 
DJ가 내세운 노동개혁의 주요 내용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사회적 합의체 도출, 사회안전망 구축세 가지였다. DJ 대통령 당선자는 사회적 합의체로서 1998110노사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당시 전문가들은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 요인이 되리라 보고 거의 모두 입을 모아 반대했다. 노사정위원회란 노··정 및 공익이 참여하여 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DJ가 만든 기구다.
 
노사정위원회는 그 실체가 조합주의(corporatism), 여러 이익집단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이들 이익집단들의 합의를 통해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같은 성격을 지닌 노사정위원회는 19981월 첫 모임만 빼고 지금까지 합의 도출은 커녕 노동시장만 경직시키고 구조개혁만 어렵게 만들어왔다.
 
한 예로, 노동계를 대표하여 1998년 노사정위원회 첫 모임에 참여했던 민노총은 그 후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외곽만 돌면서 지금까지 노조의 정치세력화만 부추겨온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이 사실상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도 (지금은 한국노총이 참여하고 있지만) 노동계의 비협조 때문이다. 그래서 노사정위원회 도입을 통한 DJ의 노동개혁은 실패작으로,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한 셈이다.
 
오죽했으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2015521일 전경련에서 행한 <독일 어젠다 2010의 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이라는 강연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할 때 노동자와 사용자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결정권을 줘서는 안된다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노조, 사측이 한 테이블에서 모여 의논을 했지만, 노사가 모두 적대적인 위치에서 정부에 요구만 했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정부가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개혁의 당위성이 충분하다면정부 단독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라고 우리에게 값진 조언을 했겠는가!
 
정리해고법은 고용보호 강화로 정규직 해고를 어렵게 만들어
 
DJ 대통령 당선자는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한 후 19982660개항의 사회적 합의사항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해고를 허용하는 정리해고법과 28개 업종에 한정된 근로자파견법을 도입했다. 이 법이 도입된 1998OECD는 회원국들의 고용보호 수준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정규직 해고가 어렵기로 OECD 회원국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2위로 밝혀졌다. 정규직 해고 관련법은 그 후로 바뀐 것이 없다. DJ가 도입한 근로기준법 제2326조와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한국에서 정규직 해고는 그림의 떡처럼 보인다. DJ는 정리해고법 도입으로 노동시장 유연화 아닌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한 셈이다. 근로자파견법 도입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기여했지만 민노총의 파워에 밀려 28개 업종에 한정되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김대중 정부의 고용보호와도 관련되는 이야기. 한국 노동시장은 규제가 약하기로 김대중 정부에서 123개국 가운데 58위였는데 그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157개국 가운데 143위로 악화되었다. 달리 말하면,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기로 박근혜 정부에서 157개국 가운데 15위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친노(親勞)정책을 편 DJ의 노동정책의 결과 이념 편향적이고 극단적으로 달려가는 노동계의 이기적 행태가 가져온 결과로 봐도 된다. 한 마디로, 한국 노동시장은 DJ가 경직시킨 것이다.
 
YS가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저세상으로 간 YSDJ를 만나면 김순덕 논설실장의 글처럼 왜 그리 민주노총 위원장을 노동부 장관 이상으로 대접해 줬는지꼭 물어봤으면 좋겠다.
DJ는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노동자·농민이 표밭이라고 믿은 나인데 왜 민노총을 우대하지 않았겠는가?”
 
각주
1) 이 글은 자유경제원의 <자유정론>에 실린 필자의 칼럼 김영삼 대통령의 노동개혁 정신을 기리며”(2015.11.27.)를 수정한 것임을 밝힌다.
2) 동아일보, 2015.11.23.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